허위매물 이용 개인정보 도용
대포통장·상품권 등 수법교묘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최근 직장인 A씨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원 무보증 단기 월세방’ 매물 게시물을 보고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집주인 B씨는 A씨를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접근했고 인기가 좋은 매물이니 임대차 계약서를 미리 써놔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마침 집이 마음에 들었던 A씨도 B씨 요구대로 신분증과 주소, 연락처 등을 알려줬다.

그런데 해외에서 당일 귀국예정이라던 B씨가 별안간 A씨에게 “면세점을 가야 하는데 해외라 기프티콘 결제가 안된다”면서 지인이 A씨 계좌로 돈을 보낼 테니 대신 상품권을 구매해 본인에게 전송해 줄 것을 부탁했다.

A씨는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B씨의 카카오톡으로 발송했다. 보낸 상품권은 사용이 완료됐지만 그때부터 집주인 B와는 연락이 끊겼다.

A씨는 그제야 자신이 허위매물에 속아 메신저피싱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신저피싱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며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졌다.

과거 지인을 사칭하며 상품권을 요구하던 메신저피싱이 부동산 시장에도 스며들었다. 주로 ‘무보증’, ‘단기 월세 가능’이란 키워드로 경제력이 약하고 급히 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16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허위 매물을 올린 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한 메신저피싱으로 피해를 봤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피해 수법은 직접 돈을 요구하는 대신 임대차 계약서를 빌미로 임차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대포통장으로 이용하거나 갈취한 금전을 상품권으로 바꿔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이다.

교묘해진 수법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이다.

피해자 A씨는 “피해금액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 계좌가 대포통장에 연루된 것 같다. 혹시라도 계속해서 범죄 통장에 연루 될까봐 겁이 난다”며 “특히 주소, 핸드폰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모두가 유출돼 찝찝한 상황인데 경찰은 잡기 힘들다는 말 뿐”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의 글에는 “나도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는 피해자 댓글만 3명에 달했다.

알고 보니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허위매물이었고 글을 올린 작성자는 여자가 아닌 대전에 거주 중인 남성이었다.

A씨는 “수원에 거주하지도 않는 사람이 수원에 무보증 단기 월세방 매물 글을 올리고 피싱 사기를 친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허위매물을 이용한 메신저피싱 사기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지만 경찰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얼굴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에게 계좌로 돈을 받아 상품권을 대리 구매할 경우 피싱 사기에 연루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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