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큰 틀 합의…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이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된다.

매년 대전시는 시티즌 운영을 위해 70억~80억원의 예산(세금)을 투입하고 있었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그쳤고 각종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기업구단 전환 카드까지 나오게 됐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침체의 늪에 빠진 대전시티즌을 국내 최고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굴지 대기업과 시티즌을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창단 20년이 넘었지만, 최근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대전시티즌 정상화를 위한 고민 끝에 구단 운영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과 실무 접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대전시티즌의 정체성·전통성 계승과 대전지역 연고 유지를 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기업에서도 이를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큰 틀에서 운영권은 기업이 갖게되지만, 선수와 스태프 등 운영 방안과 월드컵경기장, 선수 숙소 등 시설활용 방안 등 세부내용은 협의가 진행중인 것 으로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허 시장은 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대전시티즌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허 시장은 “대전시티즌에 해마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전으로 구단을 이끌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약 2주만에 진척된 협의 내용을 공개하며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하게된 상황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매각’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지만, 시는 ‘기업이 투자하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접촉 대상 ‘기업’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화’와 ‘신세계’ 등이 거론, 추측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기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투자 기업에 대해 △재계 50위 안에 드는 대기업 △대전과의 연관성 △프로구단을 운영한 경험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허 시장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이 있어 비공개 실무협상을 진행했 왔고, 최근들어 실무접촉을 하는 등 급물살을 타게됐다”며 “현재 협상 단계이기 때문에 기업 측이 이름을 공개하는 데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차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시는 이달 말까지 투자의향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 안으로 본계약 협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허 시장은 “앞으로 투자의향 협약 체결 이후 시의회와 대전시티즌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동의와 승인을 구하고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집중 투자를 통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구단으로 발돋음 하고 더 많이 사랑받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는 “기업유치라는 큰 틀에서 시와 구단이 교감을 해 왔고, 이에 공감했다”며 “(기업구단 전환을 통해) 과감한 투자와 전문성 등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시티즌은 1997년 계룡건설 등 지역 기업 4곳의 컨소시엄으로 창단됐다. 계룡건설을 제외한 컨소시엄 참여 기업 3곳이 모두 부도나면서 계룡건설이 구단 운영을 포기했고, 2006년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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