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혁 병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국외영주권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원 입대했다.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김인혁 병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국외영주권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원 입대했다.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에 다녀와야죠.”

2002년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이 최근 비자 발급 신청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 반대로 국외영주권을 가졌지만 자진으로 귀국해 병역 의무를 다하는 멋진 청년들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최전방을 수호하는 육군 제6보병사단에서 근무 중인 김인혁(22) 병장 역시 일본에서 나고 자란 국외영주권자지만 지난해 3월 자원입대했다.

그가 자원입대를 결심한 계기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김 병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그는 항상 이방인이었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대학으로 진학까지 했는데도 오랜 일본 생활 탓인지 고국인 한국에서 조차도 이방인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대 전 김 병장은 “배고프다”, “알았어” 등을 제외하면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고 새로운 언어와 환경은 그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김 병장은 스스로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으면서 당당히 “한국 사람이다”라고 말하기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정체성에 대해 방황하던 그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만큼 군복무를 하고 나면 한국인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입대를 결심했다.

김 병장이 군 입대를 선언하자 주변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걱정이 앞섰고 친구들은 “안가도 되는 군대를 왜 가냐? 바보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아버지만큼은 그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김 병장은 자원입대에 전혀 후회가 없다.

김 병장은 “군대에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었고 인내심도 배웠다”며 “군대는 특수집단이기 때문에 사회에서처럼 똑같이 할 수 없다. 요즘은 아래(후임)덕분에 인내심이 길러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역을 50일 앞둔 김 병장은 연세대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는 재원이다.

그는 앞으로의 꿈에 대해 “사실 아직 장래희망은 없고 탐색 중이지만 아무래도 군대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한일관계전문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자원입대를 위해 입영원을 제출한 국외영주권자는 396명이다.

국외 영주권자의 입영신청자는 △2004년 38명 △2008년 150명 △2012년 280명 △2014년 456명 △2016년 646명 △2018년 685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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