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조현병이나 중증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저지른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진료 사각지대로 몰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조현병 등의 진료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원체계 확립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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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조현병 진료현황을 보면 2018년 조현병으로 인한 진료비는 4014억원으로 2015년(3735억원)보다 8.3% 증가했다.

올 상반기만 집계된 진료비가 이미 2000억원을 넘었고 큰 폭은 아니지만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로 볼 때 관련 조현병 진료비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령별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40대 26.2%(15만3639명), 50대 21.4%(12만5646명), 30대 19.5%(11만4250명)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조현병 방병 시기가 남성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결과는 이전 발병된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치료를 시작한 인원들이 축적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현병은 망상, 환각 등 증상이 무척 다양해 질환의 경계가 불명확하며 발병 원인 또한 유전 요인과 임신 중 문제·양육 환경·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조현병이 발병하는 경우 이른바 전구증상으로 나타나는 일탈적 태도나 신경질적 반응이 성장기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과 유사해 조기 치료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별 조현병 진료현황은 경기 22.7%(13만6791명), 서울 20.8%(12만4898명), 부산 7.1%(4만2701명), 경남 6%(3만6087명), 경북 5.8%(3만4985명) 순으로 인구가 많은 수도권, 주요 광역시 및 경상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에서 대전이 1만7533명(9.3%), 충남 2만6195명(4.4%), 충북 1만9643명(3.3%), 세종 2625명(0.4%)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조현병 진료를 적절히 받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조현병의 유병율은 지리·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한 비율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 수는 51만여명(2019년 우리나라 통계청 중위 추계 인구 5170만9098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2만명에 불과해 아직까지 39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자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가 심화되면서 질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숨기는 데 급급하게 만들고 있다.

질환 진료 및 사회 복귀를 돕는 체계 보완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기 의원은 “조현병은 초기에 상담·약물치료 만으로도 70~80% 완치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가 교차돼 환자 스스로가 진료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문제”라며 “질환진료 및 사회복귀를 돕는 체계 보완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발굴부터 관리, 사회로의 복귀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막연한 공포로써 자리 잡은 ‘조현병 진료인원=잠재적 범죄자’ 식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진나연 기자 jinny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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