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최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과 서초동 도로 일대가 시위 물결로 출렁였다. 이 시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렸을까. 특정 시민사회 단체들이 조직 구조(지부·지사 등)로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모은 것일까. 아니면 어떤 조직의 지시와 관계없이 혹은 특정 시민사회 단체 회원이 아닌 채 스스로 모인 것일까. 전자는 '조직적 동원'이고, 후자는 '탈조직적 동원'이다. 시위 참가자 가운데 조직적 동원의 수가 더 많지만 탈조직적 동원도 무시할 수 없다.

유연자발집단은 '탈조직적 동원'과 관련된다. 많은 사람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지 않았다면 이들을 시위현장으로 내몬 동력은 무엇일까.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Youtube, 블로그 등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 공간이다. 이 같은 공간을 통해서 오로지 자신의 판단으로 시위 참가를 결정한 셈이다. 누가 오라고 해서 온 것도 아니고 가라고 해서 간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자발적으로 갔고, 시위 현장을 떠나고 싶으면 가차 없이 떠난다.

시위와 관련해 자유로운 결정과 행동은 '인터넷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비조직적 대중(non-organization public)'을 형성하는 속성 때문이다. 시위 참여자들은 일시적으로 면대면, 즉 일시적으로 공간적 위치를 점하거나 구조화된 조직을 갖춘 대중이다. 이들은 언제라도 조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단체의 탈퇴와 가입, 시위의 참가와 이탈이 자유롭다는 얘기다. 애초 이들은 '온라인 공간상에 존재하는 공중'이었다. 이들은 조직의 지시나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다반사다. 결속력이 약하고 조직망이 느슨하고 정체성이 빠져 있다. 하지만 일단 뭉치면 대단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의 촛불시위가 그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사람들의 집단을 '유연자발집단(flexible voluntary group)'이라 한다. '조직이 느슨하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모인 대중'이라는 뜻이다. 엄격하고 강하게 구조화된 조직보다 이 유연자발집단이 시위나 사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資源)인 사람을 동원하는 데 인터넷이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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