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시 교통카드 제공 버스·응급상황 등 곳곳 불편↑
대중교통분담률 승용차 절반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 필요”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새벽 3시에 손자가 아파 급하게 응급실에 가려는데 면허를 반납해 운전도 안되고, 새벽이라 택시도 잡히지 않아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A(67) 씨는 면허 반납 후 겪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15년 전 라식수술을 했던 A 씨는 수술 후 야간 빛 번짐과 난시가 심해졌고, 노안으로 인해 다초점 안경까지 착용하면서 전체적인 시력 저하를 겪고 있다. 이에 A 씨는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했지만, 최근 응급상황을 겪으며 면허 반납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A 씨는 “그날따라 택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 응급실로 향했다”며 “나는 운전할 일이 적은 편이라 면허 반납을 결정했지만 만일을 대비한다면 주변에 면허 반납을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허를 반납한 고령운전자 사이에서 반납을 후회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시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면허 반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미흡한 지원책으로 인한 불편함이 커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부터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 대상으로 면허반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한 달 동안만 총 246명이 면허를 반납하며 캠페인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면허를 반납한 노인들 중 일부는 후회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덕구 오정동에 사는 B(69) 씨는 “시에서 면허 반납 혜택으로 제공하는 건 교통카드에 불과하다”며 “교통이 불편한 시골로 이주할 수도 있고, 택시 등 생계형 운송업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섣부르게 반납했다는 생각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면허 반납 고령자들을 위해 시가 마련한 대안은 10만원 상당의 선불교통카드 제공뿐이다. 여기에 지역 내 대중교통 이용 또한 다소 불편한 것으로 나타나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대전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시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25.7%로 승용차분담률(60.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서울 59.2%, 부산 43.3%, 인천 37.7%, 대구 30.7% 등보다 한참 뒤쳐지는 수준이다.

결국 지역 내 대중교통 체계마저 미흡한데, 면허 반납자들이 겪을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편협한 대안책만 구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고령자들의 면허 반납을 이끌어내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대중교통 이용을 제안하며 면허 반납을 요구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며 “자차를 이용하던 고령자들이 겪을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교통취약계층을 위한 24시간 이동차량 지원, 다양한 실버일자리 창출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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