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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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몇 달 째 나라가 어수선하다.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고 나아가 행동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단계를 거치며 학습효과를 통해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가 뿌리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즈음 우리 현실은 대단히 소모적인 정쟁 차원으로 접어들어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정작 우리가 관심을 보이고 주목해야 할 여러 대상과 현안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사안 중의 하나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사진>일 텐데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에서 100회라는 상징성이 주는 의미와 비중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 대회, 아시안 게임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그동안 수없이 치르고 봤던 탓에 국내 경기에 관심이 덜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로 꼭 100년을 맞이하는 계기성은 의미 있다. 3·1운동 이후 우리 민족의 저항과 독립 의지에 놀란 일본은 외면상 이른바 문화정책으로 전환해 식민지 통치 패러다임에 일정 부분 변화를 획책했다. 조선이나 동아 같은 신문사 설립을 인가하고 지금의 전국체육대회도 그즈음 시작됐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기량과 수준을 이미 오래전부터 접해온 터라 국내 선수끼리 경쟁하는 전국체육대회, 메달을 국내 선수끼리 나누는 이벤트가 높을 대로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국내 스포츠에 대한 관심 없이 세계수준을 운위하는 것은 허망한 일일 것이다.

어디 체육 분야만 그러하겠는가.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개념은 우리의 시야를 껑충 높이고 넓혀 놓았지만 바탕이 되는 국내 현실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위축시켰고 그 결과 튼실하지 못한 뿌리가 뻗어 나가는 동안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긍심에 대한 과소평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보이콧 일본'이라는 도도한 물결 속에서 일본여행 열기가 한풀 꺾이는가 싶은데 몇 십%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오가는 것 같다. 이제 2세기에 접어든 전국체육대회, 모처럼 조성된 '노 재팬'이라는 국민적 자존감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체육, 국내여행에 더 큰 관심을 모아야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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