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조금이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고·지방 보조사업 예산 규모가 늘어날수록 보조금 부정수급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보조금 사업 예산은 124조원이나 된다. 이런 천문학적인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가 지난 1~7월 보조금 부정수급 집중 점검을 통해 무려 12만869건의 부정사례를 적발했다고 한다. 금액으로는 1854억원이나 된다.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그저 지나치는 말이 아니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적발해 낸 것이 이정도 규모이면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부정수급 사례가 있을지 짐작이 간다. 부정수급 사례 또한 천태만상이다. 한 업자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하면서 가짜 공사 사진과 시공확인서를 제출해 시공비 수억원을 받아냈다가 적발됐다. 한 어린이 집은 아동이 사고로 사망했음에도 보육료를 청구했다니 이런 양심불량이 없다.

보조금이 쌈짓돈처럼 수급자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건 무엇보다 관리소홀 때문이다. 예산을 집행했으면 용도에 맞게 합목적적으로 쓰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감사기능도 그중 하나다. 예산만 배정하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보조금은 새나갈 수밖에 없다. 부정수급 사례 중에는 공무원이 개입했다 꼬리를 잡힌 것도 있다. 관가에서는 보조금의 종류가 하도 많아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정부가 신고포상금 상한을 폐지하고 부정수급 환수액의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을 내놓은 건 그래서다. 이제까지는 포상금의 상한선이 2억 원이었다. 보조금 부정수급은 은밀히 이뤄지는 통에 주변의 신고가 없으면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고 활성화가 기대된다. 연중 무작위 불시점검과 집중단속도 벌이기로 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