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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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나눔의 행복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0월 08일 16시 1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09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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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전남 구례군 오미마을에는 남한 3대 명당 중의 하나인 '운조루(雲鳥樓)'가 위치한다.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조선 영조 때 무관 류이주가 지은 99칸 규모의 대저택이다. 운조루의 헛간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곳에 구멍이 뚫린 쌀뒤주가 놓여 있다. 그 뒤주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새겨져 있는데, '다른 사람이 열어도 된다'는 의미다.

류이주 선생과 그 후손들은 굶주린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치 보지 않고 먹을 만큼 곡식을 퍼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지 않도록 집안의 굴뚝을 낮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운조루의 도움을 받은 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덕분에 동학농민운동, 6·25 전쟁 등 근현대사의 크고 작은 전란에도 불타지 않고 230여 년 넘게 원형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흔히 '나눔'하면 크고 거창한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꼭 많이 가지거나 여유가 있어야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이 나눔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나 시간, 따뜻한 말 한마디 등이 이웃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우리에게는 이웃과의 나눔이 하나의 문화였다. 옛말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표현이 있다. 배고픈 시절 콩알처럼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 먹으면서 어려울 때에 서로 돕고 힘이 돼왔다. 또 조상들은 대대로 콩을 심을 때 땅 속의 벌레와 날짐승 그리고 사람의 몫으로 '콩 세알'을 심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이자 미덕이었다. 하지만 점점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간다. 각박한 사회 현실 속에 안타깝게도 인정은 메말라가고 나눔의 온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마더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는 남을 돕는 활동을 하거나 보기만 해도 신체의 면역력이 증가되는 효과다. 1998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돈을 주고 노동을 시키고, 한 그룹은 순수하게 자원봉사에 참여토록 하면서 두 그룹의 면역기능을 조사했다. 사람의 침에는 '면역글로불린A(IgA)'이라는 면역 항체가 있는데,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말라 이 항체가 줄어든다.

실험 결과 봉사활동을 한 학생 그룹은 이 항체가 급격하게 증가, 면역기능이 크게 강화됐다. 특히 테레사 수녀와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IgA 수치가 5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러 연구에 의하면 남을 위해 나눠주고 베풀어주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다.

이처럼 나눔이란 한 쪽은 주기만 하고, 상대방은 받기만 하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다. 작은 나눔은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고 나중에 훨씬 큰 정서적 만족감과 행복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눔은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실천이다. '아직은 여유가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하면서 나눔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나눔이다. 주위를 한 번 살펴보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간단하게 도와줄 방법도 많다. 나눔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때 사회 전체가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따뜻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