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중 충남소방본부장

[충청투데이] 최근 민주행정과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도구로써 ‘민관협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민관협치’란 민간과 행정기관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일하기 방식이다. 듣기에 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지역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민관갈등을 보면 행정과 시민사회의 가치관, 태도 등 그 운영원리가 크게 다를 뿐 아니라, 협력해 함께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민관협치’라는 방식을 오랜 세월 동안 표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모범사례가 있다. 바로 전국 10만여 명의 의용소방대이다.

의용소방대의 시작은 시간을 거슬러 구한말까지 올라간다. 화재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임의단체 ‘소방조’에서 시작돼 일제강점기에 ‘경방단’, 해방 이후에는 ‘방공단’에 편입되었다가 1954년 1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의용소방대로 재조직 되었다. 과거에는 소방활동 뿐 아니라 마을 도적 및 화재를 예방하고 전후복구 활동까지 수행하였으며, 현재는 지역 내 자원봉사 활동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선도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 환경과 필요에 따라 활동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지역공동체에 없어서는 안 될 안전의 주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현재 의용소방대는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14년 제정)에 따라 조직·운영되며 평상시 정기적인 소집을 통해 주요 소방정책에 대한 정보 습득 및 대원들의 능력향상을 위한 다양한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소방관서에 구축된 핫라인을 통해 각종 재난상황을 전달 받아 출동하여 부족한 소방인력을 보조한다.

이 외에도 도내 373개대 1만여명의 의용소방대에서는 △담당마을 소방순찰·시설점검·안전교육 등 재난예방 활동 △산불지킴이 및 시민수상구조대 등 취약시기 별 맞춤형 안전대책 △안전수칙 및 심폐소생술 보급을 위한 안전강사 활동 △주택용소방시설 보급 등 소방정책 지원 △자살률 감소를 위한 마을어르신 상담 △기타 지역민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 등 관 소방업무의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 전역을 긴장시켰을 때 역시 의용소방대의 활동은 빛이 났다. 태풍이 충남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던 당일 하루 119신고는 무려 1698건으로 올해 충남소방본부 1일 평균 구조구급출동 430건과 비교해 4배 가까이나 많았다. 충남 소방공무원 인력으로는 물리적 처리가 불가능한 수치임에도 모든 출동요청 건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방공무원을 지원해주는 민간봉사조직 의용소방대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민의 안전을 위해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의용소방대는 지역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늘 날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으며, 우리 관 소방조직과 의용소방대 간 협업 역시 마치 숙명처럼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봉사조직이 그 역할을 확대하고 주민의 인정을 받는 의용소방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의용봉공정신과 함께, 관 소방과의 협력관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누군가 ‘민관협치’에 대해 묻는다면 바로 의용소방대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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