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왕 감독 작품…동질감과 이질감 자아내

▲ [부산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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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한국계 미국인 가정 그려낸 '커밍 홈 어게인'

웨인 왕 감독 작품…동질감과 이질감 자아내

(부산=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섣달그믐, 한국계 미국인 창래(저스틴 정)는 아침부터 어머니(재키 청)의 조리법대로 갈비를 만들기 시작한다.

위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창래는 뉴욕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의 부모님 댁에 와 있다. 교수인 아버지는 학회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고, 누나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화장실 갈 때도 한사코 아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하는 어머니, 집에 들어와 '하나님이 있다'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기도를 하는 기독교인들, 혼자서는 라면도 못 끓이는 아버지, 어머니가 원치 않는 항암치료를 계속하자는 누나 때문에 창래는 답답함을 느낀다.

6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웨인 왕 감독의 '커밍 홈 어게인'은 이처럼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한국계 미국인의 하루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의 내밀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보편적인 모자 관계,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가 1995년 '뉴요커'에 쓴 에세이를 바탕으로 했다. 웨인 왕 감독 역시 젊은 시절 아픈 어머니를 돌봤던 경험이 있다.

부산영화제에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웨인 왕 감독은 상영 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친구이기도 한 이창래 씨와 2018년 점심을 먹다가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큰 제작사가 관심 가질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역 자원을 모두 끌어와 만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등의 모습은 한국을 넘어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의 가족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 창래는 수많은 다른 자녀들의 모습 그 자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모자 관계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도 분명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관객들은 이질감을 동질감과 동시에 느끼는 어색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가족의 모습 등은 분명 한국 가족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서양식 주택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섣달그믐에 정장을 입고 식사를 하는 장면은 낯설다.

영화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창래의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과거가 마치 현재 벌어지는 일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연출이 완성됐다.

부산에서 상영된 버전에는 웨인 왕 감독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문세의 '옛사랑'이 삽입됐다. 이 노래는 어머니의 감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딩 크레디트 배경에도 이 노래가 깔린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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