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
5개지역 인력 배정…교사 업무경감
세종교육청 공무원 노조 강력반발
“행정직공무원이 교사들 수족이냐”
교육부의 원칙·소통없는 정책 비난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에 배치하는 '미래형 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을 추진하면서, 교육계 구성원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전문직들은 ‘교원 업무경감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가운데, 세종시교육청공무원노조는 ‘공론화 없이 행정직을 교사들의 수족처럼 부리겠다’며 맞서고 있다. 원칙없는 교육부의 정책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형 혁신학교 인력운영 계획을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봤다.

◆미래형혁신학교 인력 운영은

교육부는 지난 1월 시·도교육청 총액 인건비 산정 관련 ‘미래형 혁신학교 인력 수요 조사’ 이후 서울, 경기, 세종, 경남, 강원 등 5개 지역에 대한 인력 배정을 확정했다. 행정업무가 많은 혁신학교에 추가적으로 인력을 배정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세종시교육청은 3명의 인력을 배정 받았다. 지난 3월 1일자로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었지만, 인력부족을 이유로 내년 1월 1일자에 8급을 혁신 자치학교 ‘교무실’로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학교장이 지정하는 자치학교의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주요 업무를 담당한다. 세종시교육청은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추가 인력이 교무실이 아닌 행정실로 배치 될 경우 기존에 벌어지는 교무실과 행정실간 사무분장에 대한 논란은 더욱 증폭 될 것으로 보여, 교무실 배치 원칙을 세웠다”면서 “노조에서는 행정직 공무원이 잡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부장교사에 준하는 주요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교사 수족 되는 일’ 반발

세종시교육청공무원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강행할 방침이다. 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 바란다' 코너를 통해선 교육청의 정책을 반대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노조는 “교무행정사 등 교원의 업무를 덜기 위해 지금까지 시도된 수많은 정책들에 대한 어떠한 효과나 그에 대한 종단 분석 없이, 교무실에 교원 아닌 자를 계속해 늘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동의를 얻기 어렵게 됐다”면서 “밀실 행정이 빚어낸 촌극이며,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론화 하지 않은 것은 행정직을 무시하는 처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8급의 젊은 직원이 배치 될 경우 결국 교사들의 잡무를 맡게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상황에 따라선 나이가 많은 교무행정사의 지시를 받는 구조도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노조와 상의 없이 밀실행정을 펼친 부분을 놓고, 최교진 교육감이 추구하는 민주적 학교 만들기 기조에 의문이 든다는 게 노조의 공통된 입장이다.

◆교육부 원칙 없는 정책이 혼란 초래

교육부의 인력운영 계획 추진 이후 시·도교육청별로 잡음이 일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5명의 배정인원이 교무실, 강원도교육청은 3명이 교육지원청, 경남도교육청은 3명이 학교장의 자율에 따라 행정실로 각각 내년 1월 1일자로 배치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6명이 배정됐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미배치’ 결정됐다. 세종시교육청은 3명의 배치장소를 교무실로 못 박자 노조의 반발을 부르는 상황이다. 각 지역별로 온도차가 발생하는 배경을 놓고 교육부의 원칙없는 정책이 질타를 받고 있다. 배치 장소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

이에 대해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 관계자는 “미래형혁신학교 인력 운영 계획은 행정직이 교무실에 근무하냐, 행정실에 근무하냐 배치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다양하고 특색있게 설계하고, 행정직들은 혁신학교의 다양한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최종 결정은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하지만 배치장소를 ‘교무실’로 유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자체적으로 2015년부터 행정직 공무원을 교무실로 배치했으며, 설문결과 만족도가 높아진 부분도 참고해야 한다”면서 “각 교육청별로 입장이 다르고, 행정직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다르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교육부 차원에서 노조를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배치장소를 ‘교무실’로 정한 점을 놓고선, 시교육청과의 밀실행정이 논란을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세종시교육청의 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상병헌 교육안전위원장은 “미래형 혁신학교 인력 운영 계획은 좀 더 논의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장단점이 있는 만큼 타지역의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시의회 윤형권 의원은 “교육청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정직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가 중요하다”며 “행정직이든 교원이든 모두가 학생을 위한 서비스 조직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유리하냐를 잘 살펴 충분한 설득을 통해 제도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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