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장염이 준 작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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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장염이 준 작은 변화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0월 03일 17시 2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04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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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학 청주시 공원조성과 공원정책팀장

이달 초저녁 모임에서 회 요리를 먹던 중 비릿한 맛이 느껴졌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 중 온몸이 쑤시고 나른해지면서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온몸에 오한이 나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고열이 오르니 머리는 더욱더 거세게 아파졌고 오한은 점점 더 심해졌다. 2~3초 간격으로 찾아오는 두통은 지옥을 넘나드는 듯 참을 수가 없었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다음날 병원에 가는 중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와 발걸음조차 떼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집 근처 병원으로 가서 열을 재니 39.4℃란다.

전형적인 장염 증세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의사는 정확한 처방을 주지 못하고 근육주사를 맞은 후에도 계속 아프면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겠다며 처방전을 줬다.

통상적인 장염 증세는 구토와 설사·발열, 배 주변을 누르면 몹시 아프다 했지만 나는 고열과 설사·두통·근육통으로, 피검사를 하기 전에는 장염이라는 증세를 알지 못했고 응급실에 가서 피검사를 한 후에야 장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의사는 장염 증상이 너무 심하다며 함께 식사한 동료들은 괜찮은지 물었다. 입원 후 물도 먹지 말라는 처방과 수액을 맞고 3일이 지나서야 장염 증세는 완화됐고 7일이 지나니 모든 증상이 멎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던 나는 이번의 장염 경험을 통해 나의 행동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또한 무지함 속에 걸린 장염으로 아무거나 잘 먹는다며 생각 없이 먹는 것에 탐을 내던 나는 두려움과 함께 전에 없던 조심성도 생겼다.

두통과 고열로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감에서 벗어나니 새삼 현재의 나의 삶이 다르게 느껴졌다. 매 순간 찾아오던 삶의 평범한 일상에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고 내가 선택만 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생겼다.

책을 읽다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힘이 돼주던 글귀가 보였다.

'똑똑하거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기회는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에게 온다', '기적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행한 사람에게 찾아오며, 자신의 인생을 바꿀 사람은 오직 자신뿐임을 기억하자'.

삶은 끊임없는 선택과 경험을 통해 이어진다. 그 삶의 체험이 내가 겪었다면 느끼는 체감은 배가 되면서 나의 현실에 강하게 와닿는다. 짧은 장염의 아픈 경험이었지만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기회도 얻었다. 가끔은 잠시 쉬면서 비우고 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시기가 지금 이렇게 나에게 찾아온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