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1997년 창단한 전통의 시티즌이 어쩌다 매각의 운명에 놓이게 됐는가. 시티즌은 선수선발 부정의혹이 불거지는 등 그동안 숱한 내홍을 겪어왔다. 그럴 때마다 매각 얘기가 흘러나오곤 했다. 대전시티즌 매각 추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4월 최용규 대표가 취임해 코칭스태프를 바꾸는 등 변혁의 와중에 나온 매각추진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일 "대전시티즌에 해마다 많게는 80억원의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전으로 구단을 이끌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허 시장은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특단의 상황은 매각으로 받아들여진다. 역대 시장 재임 기간 중 구단 민간전환 목소리는 수차례 있었지만 시장이 직접 매각 카드를 꺼낸 건 이례적이다. 인수할 기업과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대전시는 비효율성에 성적마저 저조한 시티즌을 계속 끌어안고 가기엔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티즌의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 가량으로 이중 자체수입은 20억~3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억~80억원은 시 보조금 즉 혈세다. 그럼에도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올 시즌 5승 9무 16패로 K리그2에서조차 10개 팀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물론 시민구단을 예산만으로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대전시는 시티즌 매각 추진에 앞서 국내 굴지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물밑서 시티즌 운영의사를 타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티즌을 인수할 기업이 나온다면 매각추진은 순탄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매년 100억원 이상을 구단에 지원할 기업을 영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티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구단운영이 안정되고, 팀 성적이 향상되면 매각이 용이할뿐더러 굳이 매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