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780만원 분리수거함 논란
의회 “비싸고 효용도 떨어져”
市 “의회 제안에 충실했을 뿐”

▲ 제천시가 의회의 제안을 받아 제천역과 의림지 수변 무대에 설치한 분리 수거함. 독자 제공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제천시가 시의회의 제안을 받아 설치한 개당 780만원짜리 ‘분리 수거함’이 논란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를 분리하려고 많은 예산을 들여 도입했지만 분리수거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일자 의회는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며 되레 집행부를 질타했고, 시는 “의회의 제안에 충실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3일 시와 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테이크아웃 일회용 용기 분리수거함 2개를 사 제천역과 의림지 수변 무대 앞에 각각 설치했다.

높이 1.5m, 폭 1.1m 크기의 철제 분리 수거함 가격은 개당 780만원에 달한다. 시는 이 분리수거함 2대를 설치하는데 예산 1540여 만원을 썼다.

이 비싼 분리 수거함 도입은 의회가 제안했다. 수도권의 관광시설을 둘러본 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지난 5월 시에 “유용한 것 같으니, 유사한 분리 수거함을 설치하라”고 사진까지 보여주며 주문했고, 시는 해당 지자체에 알아봐 같은 업체에서 만든 분리 수거함을 최근에 설치했다.

그러나 2일 확인한 분리 수거함은 말그대로 ‘그냥 쓰레기통’이었다. 일반 쓰레기가 더 많았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빨대와 컵을 따로 버리도록 투입구가 분리됐지만 플라스틱 재질의 내부 용기에 함께 담기는 등 설계도 엉성하다.

그런데 이런 논란의 불똥은 제천시로 튀었다. 의회는 지난달 말 임시회에서 “지나치게 비싸고 효용도 떨어진다”며 분리수거함을 도입한 시 담당 부서를 질타했다. 의회가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요구했던 것과 유사한 것을 사느라 애를 먹은 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의회의 주문에 따라 공무원들을 현지에 보내 확인까지 다 했다”며 “어렵게 업체를 찾아 제작을 의뢰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크기와 안전성, 미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품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한 시의원은 “유사한 일회용 용기 분리수거함 도입 검토를 요구한 것이지, 꼭 그 제품을 구매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가 설치한 분리 수거함은 너무 비싸고 무거워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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