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행환경개선지구 둔산동·궁동일대 보행자 통행 우선 '뒷전'
불법주차·차량 피하기 태반…"차 없는거리·통일된 규정 필요"

1일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의 보행환경개선지구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전민영
1일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의 보행환경개선지구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전민영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편하게 구경하고 싶은데 차들이 너무 많아서 불가능하죠. 비키라는 날선 경적이 계속해서 울리니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일원에서 쇼핑을 하던 A(25) 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둔산동 상권에 드나드는 차량들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오후 8시. 대전지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몰리는 곳으로 꼽히는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일대는 차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대전시에서 2014년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시한 ‘보행환경개선지구’로,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곳 등의 시설을 개선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도록 조성한 구역이다.

그러나 실제 이곳은 보행자 우선 통행 등을 안내하는 별다른 표시 등이 없어 차량 운행이 우선시되고 있었다.

저녁시간 대로 접어들면서 유동인구가 점차 늘어났지만, 보행자는 드나드는 차량을 피해 계속해서 가장자리로 물러나는 상황이었다. 날선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의 통행을 위협하는 차량은 쉽게 눈에 띄었다.

2일 대전 유성구 궁동 일원의 보행환경개선지구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해 통행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2일 대전 유성구 궁동 일원의 보행환경개선지구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해 통행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또다른 보행환경개선지구인 유성구 궁동 일원도 마찬가지다. 보행자들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이동중인 차량들 사이를 어렵사리 오가며 차량에 길을 양보해줘야 했다. 문을 열어놓고 장사 중인 가게 앞에는 승용차가 주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종이로 번호판까지 가리며 버젓이 차를 세워놓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행환경개선지구 내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세우고 식사 후 돌아왔다는 B(27) 씨는 “주차금지구역인 것은 알고 있지만 다들 암암리에 주차하지 않느냐”며 “이곳이 보행환경개선지구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들은 보행환경개선지구 관리를 위해 주차단속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그 효과는 변변치 않다. 보행환경개선지구 전체가 주정차금지구역도 아니며, 주차단속이 상권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상인들이 주차단속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궁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33) 씨는 “공영주차장이 있더라도 좀 더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니냐”며 “손님에게 굳이 먼 곳에 주차하라고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행환경개선지구 지정 목적이 무색하리만큼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행환경개선지구의 통일된 규정과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역별 보행환경개선지구 운영 상황이 다르고 제대로 단속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통일되고 실효성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궁동과 둔산동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일대는 차 없는 거리 조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보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고 통행이 많은 상권을 안전하게 조성하면 상권이 깔끔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며 “보행환경 조성이 보행자 보호와 상권활성화를 잡는 일석이조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수습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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