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015년 7월 18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에서 '코닥 53빌딩' 이 불과 18초 만에 무너져버렸다. 이 건물은 1923년 건립된 이후 90여 년간 코닥의 영광을 상징해 온 건물이었다. 코닥은 한 때 세계 필름시장 70% 이상을 차지한 미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업이었다. 하지만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도 디지털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몇 년 후 내부 보고서를 통해 향후 필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 것을 알았지만, 아날로그 필름시장의 경쟁 기술력과 현재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성공의 함정'에 빠져 혁신의 기회를 잃게 되었다. 성공의 함정이란 과거 성공경험에 사로잡혀 변화하는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핵심역량을 고정불변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산업 환경의 변화나 경쟁자의 등장, 고객의 욕구 변화 등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현재의 핵심역량이 지금까지 사업 성공의 원동력임에는 틀림없으나 미래에도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핵심역량이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핵심경직성'으로 돌변할 수 있다.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훌륭함은 위대함의 최대의 적"이라고 표현하였다.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만족하는 순간 위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들도 익숙한 환경, 일상에서 쉽게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생각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우리의 눈과 뇌는 늘 하던 방식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그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움이 나올 수 없다.

기존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할 때 불안과 걱정이 생기게 된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눈치 채지 못하게 매우 서서히 다가온다. 변화를 깨닫지 못하면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번데기는 몸부림치며 껍질을 벗어던져야 나비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나무는 정성들여 피운 꽃을 떨어뜨려야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처럼 때로는 버려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잘못된 과거를 버려야 희망찬 미래를 얻을 수 있고, 낡은 구태와 관습을 버려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이룰 수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에 붙잡혀 있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성을 깨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주선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는데 연료의 거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야 우주를 향해 순조롭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어제의 지식과 기술이 오늘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만큼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 관성의 습관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기존 핵심 역량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조직이든 개인이든 미래는 없다. 새로운 미래는 과감히 버릴 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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