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우리나라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5개의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한 51개의 기념일이 있다. 그리고 국민은 나라에서 정한 국경일과 일부 기념일에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한다. 그것은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축하하는 것과 함께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억하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10월은 개천절, 한글날의 국경일과 국군의 날, 노인의 날을 비롯한 다수의 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그 중에서도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 지정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다.

10월에 편중된 공휴일을 완화하고 연휴에 따른 국민생활의 불편 해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1991년에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고, 국군의 날 역시 이때 함께 제외되면서 기념일로만 남게 됐던 것이다.

그러다가 한글날을 국경일에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05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국경일로 정해져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하여 현재 대통령령에 국가 기념일로 규정되어 있는 한글날을 이 법에 의한 국경일로 승격 규정함으로써 한글의 독창성과 중요성을 드높이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것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2012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에 따라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국민의 시야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바로 알고, 또 지켜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훈민정음’에는 한글이 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잘 알려진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예의본은 한글창제의 기본 바탕이 된 세종대왕의 ‘자주, 애민, 실용’정신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정신은 한글의 과학성, 독창성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된다.

실제로 이러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문맹 퇴치에 공적이 있는 개인·단체·기관에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한글의 실용성과 애민사상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글 창제의 원리를 설명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봐도 이미 세계적으로 한글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은 한글을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아끼고 지키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이미 무분별한 외래어, 외국어 사용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우리는 주위에서 굳이 찾지 않아도 거리의 간판, 건물 이름, 일상 속 언어까지,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외래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지명과 지역 고유의 특성을 담아야 할 도로명 주소조차도 외래어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이미 외래어 사용에 대해 무의식적이고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더욱 걱정스럽다.

그뿐만이 아니다. 분명 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어려워하고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며 맞춤법은 말할 것도 없고 비속어와 욕설로 일탈하는 양상마저 보이기도 한다. 올바른 한글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문이나 방송가에서도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를 그대로 내보내는가 하면, 무분별한 한글과 외국어의 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요즘의 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문장력을 갖추기 어렵고, 학교에서조차 문법이나 바람직한 한글 사용에 대한 교육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한글은 설 자리를 자꾸만 잃어가고 있다.

백성을 어여삐 여겨 창제된 훈민정음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리말을 적는 고유의 문자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일주일 남짓 남은 제573돌 한글날만큼은 태극기 달기로 끝나는 날이 아니라, 모두가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되새기고 바르게 사용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한글이 전 지구촌에서 사용하는 세계 공용어가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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