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배 먹고 이 닦기(배 먹고 배 속으로 이를 닦는다)'란 속담이 있다. 배의 과육(果肉)이 유난히 희다(배꽃도 백옥처럼 희다). 이런 특징에서 유래된 속담일까. 속담은 외적 의미보다 내적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은유(隱喩) 또는 비유의 대상이다.

이 속담은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로움이 있음을 은유하는 말이다. 첫째는 배를 먹는다는 점과 먹으면서 양치질까지 덤으로 한다는 얘기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Killing two birds with one stone, 돌 하나 던져 두 마리 새를 잡는다'다.

허구많은 과일 가운데 왜 배가 이렇게 양치질 이점까지 제공하는 과일로 선택되었을까. 거저 생긴 일이 아니다.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다. 배에 함유된 석세포(石細胞:stone cell)가 바로 그 근거다. 배 먹을 때 식감이 다른 과일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석세포 때문이다. 아주 작고 다소 딱딱한 알갱이 씹히는 느낌 말이다. 이 알갱이들이 씹히면서 치아 주변에 붙어있는 치석 등 불순물을 닦아내는 등 일종의 연마제 역할을 한다. 그러니 배 먹은 뒤 굳이 치약을 사용해 양치질할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 석세포는 단단해서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고 하니 가히 양치 효과를 인정해 줄 만하다.

많은 식당에서 식사 뒤 후식으로 과일 한 두 조각을 제공한다. 배를 내오는 식당은 나름 손님들의 위하는 마음이 담겼지만 사과나 절임 과일 등 다른 과일을 내오는 식당은 아무 생각 없는 곳이다.

'까마귀 날 자 배 떨어진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속담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안 좋은 일이 겹친다는 속담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할까. 왜 까마귀가 하필 배나무에 앉아 있다가 날았고, 또 왜 날 자 마자 배가 떨어졌는가. 배를 떨어트린 범인이 바로 까마귀로 단정할 수 있는가. 까마귀가 나는 순간에 바람이 심하게 불었거나 배 꼭지가 상해 까마귀 나는 순간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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