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부티크·우아한 가…"걸크러시에 섬세함 더한 매력"

▲ [MBN, SBS 제공]
▲ [SBS 제공]
▲ [MBN 제공]

드라마 장악한 여성 비선실세들

시크릿 부티크·우아한 가…"걸크러시에 섬세함 더한 매력"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비선실세. 권력을 가진 자의 배후에서 은밀히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자를 일컫는 이 단어는 2016년 이후 모르는 국민이 없게 됐다.

한동안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이 단어가 최근 '걸크러시'를 지향하는 안방극장 트렌드와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드라마에서 부활했다. 또 늘 호기심 대상인 재벌가와 결합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SBS TV 수목극 '시크릿 부티크' 속 제니장(김선아 분)은 겉으로는 J부티크의 대표이지만 사실은 재벌 데오가(家)의 해결사이자 비선실세이다. 그는 한 치도 아닌 두 치 앞을 내다보는 일 처리로 상류층 입성에 성공했으며, 점차 재벌가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역시 예사롭지 않다. 첫 회부터 정·재계 유착, 초호화 요트 파티, 그 안에서 펼쳐진 마약 관련 사망 사건, 시체 유기 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다뤄졌다.

특히 재계뿐만 아니라 정계 비선실세이기도 한 제니장은 데오그룹에 융천시 국제도시개발사업을 제안하며 그야말로 큰손을 과시했다. 여기에 데오그룹과 융천시장 등이 고루 얽히면서 사건은 게이트로까지 비화한다.

모두가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급할 때면 끝내 찾게 되는 제니장은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똑단발'에 화려한 의상, 포커페이스로 무장한 그는 공직자들과 보스에게조차 두려운 존재이다.

제니장은 융천시장에게는 "아예 시장을 갈아버리고 새 시장이랑 작업할까 했다"고 독설을 퍼붓기를 서슴지 않고, 자신을 거둔 김여옥(장미희)에게는 "나는 져본 적이 없다"고 경고한다.

이렇듯 제니장이 서서히 비선실세에서 점점 수면 위로 떠올라보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달리, MBN-드라맥스 수목극 '우아한 가(家)' 속 한제국(배종옥)은 그야말로 음지에서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인물이다.

판사 출신 한제국은 MC그룹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TOP팀'의 수장이다. "한제국입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재계, 언론계를 모두 쥐고 흔들 수 있는 그는 완벽주의자이다.

최근 2막으로 접어든 '우아한 가'의 관전포인트는 결국 모석희(임수향)와 허윤도(이장우)가 한제국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이다.

한제국은 MC그룹 세력을 공고히 하고자 대대적인 지분 정리를 하고, 차남 모완준(김진우)을 최장 자리에 올리기 위해 온갖 계략을 짠다. 그룹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셈이다.

배종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남자의 세계에서 여자가 수장이 돼 욕망을 실현하고 정·재계를 휘두르는 것이 참 매력적"이라며 "법원 조직에서 여자로서 넘을 수 없는 유리 천정을 봤고 남자들의 세계가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아 비선 실세의 길을 택했다고 분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종옥의 말처럼 드라마 속 잇단 여성 비선실세 캐릭터의 등장은 '반전의 묘미' 덕분으로 분석된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1일 "국내에서 재벌가는 '강자'로, 여성은 '약자'로 표상되곤 했지만 최근 등장한 여성 비선실세 캐릭터들은 여성을 강자로 전환하면서 '통쾌한 한 수'를 부린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자 못지않은 큰 배포와 걸크러시에 섬세함, 꼼꼼함까지 더해지면서 훨씬 정교해진 비선실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