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게 저가 공세 불구…매출 지지부진
저물가에 오히려 소비 감소…디플레 우려↑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최근 유통업계의 파격적인 초저가 경쟁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파격적으로 싼 물건이 아니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을 읽을 수 있어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규제와 온라인에 치인 대형마트는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고, 외식업 등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과 소비심리 부진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다.

실제 대형마트는 추석 대목을 맞아 대규모 특가전을 마련했지만, 결국 역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 역신장했고, 이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불과 0.5% 신장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5% 신장했지만, 지난해 추석 신장률인 7.0%에 비하면 부진하다.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로 1년 전(104.85) 대비 0.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0%대 물가상승률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깊은 시름에 빠진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치열한 '가격 대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500원 비누, 700원 물티슈, 400원 라면 등 다양한 초저가 상품을 연일 출시하며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이마트가 초저가 전략인 '국민가격 프로젝트' 일환으로 생수(2ℓ·6개) 가격을 1800원대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롯데마트는 같은 용량 제품을 1600원대까지 내리며 맞불을 놨다. 홈플러스도 생수 값을 1500원대로 내렸다.

'초저가 경쟁'은 와인, 피자, 가전제품 등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초저가 상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품목별로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디플레이션 우려다.

물가가 적당히 오를 때는 경제가 선순환하지만, 저물가 상황에선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당장의 소비를 줄이게 된다.

앞으로 물건값이 더 싸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거의 1년 내내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최저가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가격 인상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건비 상승과 소비심리 부진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도소매업의 대출액은 연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 수는 감소하는데 대출액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빚 돌려막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세청이 밝힌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89.2%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 확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외식업은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유동자금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은 파격가 전략도 펼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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