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사람의 뇌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가 있는데 그 모양과 크기가 아몬드를 닮았다. 이 편도체가 작으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실제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판정받은 사람들의 뇌 속 편도체의 모양은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겨우 아몬드만한, 뇌의 아주 작은 한 부분으로 하는 공감. 빠르게 변하고 다양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주 가자마다대학교에서 국제토론대회가 열렸다. 이 대학은 매년 영국의회 형식의 토론대회를 개최하는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재학생들도 참가했다. 11개국 48개 팀 15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한 대회였는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생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솔브릿지 토론팀을 이끌고 있는 조슈아 박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토론을 하면 말하는 태도가 바뀌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고 능동적으로 독서를 하게 된다"며 "학생들이 토론하는 과정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사고의 깊이나 순발력, 논리 전개에 있어서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뛰어넘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고 했다. 조슈아 박 교수의 말처럼 토론으로 향상될 수 있는 개개인의 역량은 무궁무진하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공감 능력을 꼽고 싶다. 물론 대립토론의 승패는 상대팀의 의견을 꺾고 내 의견의 근거를 얼마나 확실하게 내세우느냐에 달려있다. 대화를 통한 경쟁인 것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토론의 본질을 살펴보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만들어가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영국의 한 정치가는 “대화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의 의견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능력보다도 상대 팀에 공감해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토론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토론을 하다보면 '저건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인데'하고 상대를 인정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기에 타인을 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가질 수 없다. 입장을 바꿔 다른 편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혀 지지 않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토론을 해보면 그것을 잘 알게돼 공감능력이 발휘되고 보다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언어는 나의 수준은 물론 공동체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도록 노력하게 된다. 품격이 점점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독서는 내면을 강하게 만들고 토론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능력을 키워 지식과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창을 통해서 내다보는 세계가 전부라는 생각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세상은 모든 것을 꼭 경험해봐야만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균형 있고 바르게 보는 눈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 토론을 통해서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서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아름다운 가을, 필자와 여러분 모두가 그런 즐거운 경험을 자주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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