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복합장르 속 영리한 배우들…'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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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복합장르 속 영리한 배우들…'동백꽃 필 무렵'
  • 연합뉴스
  • 승인 2019년 09월 27일 08시 5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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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까지 챙기며 돈보다 완성도 중요하단 사실 입증"
▲ [KBS 제공]
▲ [KBS 제공]
▲ [KBS 제공]
▲ [KBS 제공]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한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재주꾼들의 한판 놀음이다.

이 작품은 '복합장르'를 시도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석을 보여준다. 최근 눈 높아진 시청자들 때문에 너도나도 복합장르를 시도하지만, 결국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허탕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스를 기반으로 하되 극 전체에 미스터리 요소를 절묘하게 삽입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극본을 맡은 임상춘 작가는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전작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2016)에 이어 '쌈, 마이웨이'(2017)에서 영리한 전개와 반전 요소 활용,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 현실에 기반한 맛깔나는 대사 능력을 보여주며 안정된 기본기를 자랑했다.

'쌈, 마이웨이'가 도시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동백꽃 필 무렵'은 그보다 많은 나이대의 좌충우돌 인생사를 묘사한다.

바닷가 시골을 배경으로 어떻게든 평범하게 살아남고자 무덤덤한 척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싱글맘 동백(공효진 분), 제대로 '촌놈 매력'을 보여주며 이름 자체를 유행어로 만들어버린 황용식(강하늘)은 그야말로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이다.

마을에서 '술집 한다'는 선입견 속에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는 동백이 가끔 이웃을 향해 내뱉는 대사들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신파도, 과장도 없이 담백하다.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 뭐, 그럴 수도 있잖아요."

'로코'답게 곳곳에 묻어나는 재치도 돋보인다. "어른이 돼보니까 학원보다는 오락실에서 인생을 배운 게 더 많더라고. 패배감, 성취감, 작전 개념, 연대의식, 삥 뜯김, 쪽팔림…."(용식) "아이언맨과 헐크의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알아? 유도리(융통성)여. 아이언맨은 유도리가 있으니 명품 빼입고, 헐크는 그게 없어 헐벗고 다닌다고."(변 소장)

공효진과 강하늘은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물 만난 고기처럼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공효진은 원조 '(러)블리'답게 담백한 현실 매력을 보여주고, 갓 제대한 강하늘은 군기는 싹 뺀 채 제대로 촌스러움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 소소한 현실감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창 로맨스극인가 싶다가도 한 번씩 등장하는 '까불이'에 대한 복선은 드라마 초반 비친 동백으로 보이는 여성의 죽음을 상기한다. 작품 주요 코드는 로맨스로, 큰 줄거리는 범인을 밝히는 데 두고, 투 트랙으로 극을 진행한다.

이렇듯 여러 흥미로운 요소를 갖춘 '동백꽃 필 무렵'은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7일 "블록버스터가 많은 환경에 소소한 느낌으로 극적 재미를 살린 작품"이라며 "디테일의 재미가 있고 대사도 예사롭지 않아 전체적으로 울림이 있다. 돈보다도 완성도가 중요하단 걸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그는 특히 임 작가에 대해 "소외된 사람들도 제 갈 길을 간다는, '쌈, 마이웨이'부터 보여준 독특한 색깔과 공감을 사는 능력이 있다"며 "자칫 굉장히 시골스러운 소설로 흘러갈 수도 있는 이야기에 미스터리를 넣어 전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고 남녀가 가까워질 구조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강하늘에 대해서도 "멋진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만 바보스럽고 시골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는 쉽지 않다. 디테일한 연기를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