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이춘재를 보며…

▲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학창 시절, 가장 무서운 영화가 있었다. 귀신 영화가 아니다. 귀신 보다 무서운 사람 영화다.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이 영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그 영화를 본 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실화라는 사실에 소름 끼쳤었다. 범인이 안 잡혔다는 사실도 날 떨게 했었다. 비 오는 날, 수없이 뒤를 돌아보는 습관도 생겼다. 화성연쇄살인마는 수많은 살인을 했다. 피해자는 14세 여중생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했다. 그러고도 웃고 있을 범인에 화가 났다. 그리고 여전히 화가 난다.

☞미궁이던 사건의 실마리가 나왔다. 30년여 만에 용의자를 특정한 것이다. 그는 처제를 강간 후 살해한 50대 이춘재다. 심지어, 이 사건은 청주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놀랍게도 ‘1급 모범수’다. 그는 수감 내내 규율 위반·폭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교도소엔 그가 폭력성을 드러낼 대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다. 그가 있는 교도소엔 ‘여성’이 없다.

☞과학이 발달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 유류품에 남은 ‘소량의 DNA’로 용의자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여기엔 ‘DNA법’도 한몫했다. 이 법은 범죄자 DNA를 수집·보관할 수 있는 근거다. 그래서 경찰은 이춘재 DNA도 갖고 있었다. 이에 찾을 수 있었다. 이 법으로 재수사된 사건만 5600여 건이다. 하지만, 이 고마운 법이 ‘폐기 위기’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본권 제한·오남용 우려가 이유다. 역시, 가해자 인권은 1등인 나라다. 국회가 올해 말까지 대체할 법을 안 만들면 ‘DNA 수사’는 못하게 된다. 여전히 미제 사건은 많은데 말이다.

☞악마를 잡아도 처벌은 못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에 만료됐다. 이춘재가 범인이라도 죄를 물을 수 없는 셈이다. 이미 무기징역수이긴 하지만, 이 일로 법정에 세우진 못한다. 잡아도 못잡는 셈이다. 게다가 이춘재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늦어버린 시간이 애석하다. 과거, 이춘재가 용의선상에 3번이나 올랐었단 사실도 안타깝다. 또 몽타주와 닮았단 점도 그렇다. 하지만 늦었음에도 진실 규명은 중요하다. 과거의 실수가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사를 바란다. 조금이나마 피해자 원혼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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