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진 대전공공미술연구원 대표

대한민국은 문화에 심취돼 있다. 생활 속 깊숙이 찾아온 문화는 시골길 담장에 늘어선 벽화부터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마을단위의 공동체 행사들, 공동체사랑방, 작은도서관, 마을미술관, 메이커스, 공유부엌 등부터 지방특화를 주제로 한 대단위 축제까지 다양한 문화형태로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문화도시’라는 단어는 사회 문화적인 사적(史跡)이 풍부하거나 학문, 예술 따위와 같은 문화적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는 풀이로 백과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서 대전은 풍부한 문화적 사적과 활동이 활발한가?

필자는 ‘그렇다’ 좀 더 자신 있게 말하자면 ‘차고 넘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보통 대전을 찾는 방문객이나 하물며 대전에 수십 년 거주하는 시민은 물론 대전의 살림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대전은 이야기 거리가 없고 즐길 곳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대전에서 38년을 거주하는 동안 다양한 문화공동체를 보고 자라면서 지금에서야 이것들이 시민 스스로 문화적 삶을 살고 있었음을 자신하게 됐다.

그간 대전시에서는 이러한 지역의 풍부한 마을단위의 다양한 문화 활동과 문화오브제들의 가치를 모으고 발굴해 나가야 하는 데 있어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 문제는 대전시가 앞으로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발굴해 나아가야 할 과업이 돼 할 것이다.

한편 문화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전통적 문화세습이라고도 이야기 하고 싶다. 혹 역사성이 짧은 개척지(신도시)라 할지라도 행정의 목적성, 다시 말해 문화주제 발굴과 선정은 앞으로의 문화생태계를 위한 기반으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문화도시의 기본 취지는 시민들이 생활 중 문화적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문화적 삶을 사는데 있어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대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마을단위 전통행사부터 청년들과 주민 간 소통을 통해 진행되는 크고 작은 공동체 문화활동들을 시민스스로 주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번 문화도시 지정사업은 이렇게 ‘점’으로 된 문화적 요소들을 발견하고 이를 ‘선(협력체계-거버넌스)’으로 연결해 대전만의 문화정체성, 주제를 찾아 문화도시로서 적립해 가야 한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대전역 개통과 함께 일본인이 대전천과 대동천의 합류 지점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산업화 발전을 시작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뒷편(동광장) 소제동에는 당시 관사촌(부촌)이 형성됐고, 앞쪽(서광장) 원동과 정동(현 창조길·역전길)에는 당시 노동자들의 쪽방촌이 생겨났다. 이에 서비스업과 여인숙, 시장, 철공소 등으로 인해 원도심의 형태를 갖췄다. 이것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이다. 이를 토대로 이미 대전시는 대전역 주변 ‘근대건축물탐방로’를 조성해 원도심투어 코스로 소개하고 있고, 다양한 구도심 재생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도 각각의 스토리와 문화적 컨텐츠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대전이다. 작은 마을에서 철도개통의 시작으로 대도시를 이룬 ‘근대문화’는 대전의 역사적 기반이라고 이야기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문화의 시작을 구도심에서 다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대전역 일대를 시작으로 지금의 대도시가 된 것처럼, 결국 문화는 미래 경쟁력이다. 대전은 문화도시로서 ‘역전(逆轉)’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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