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자는 아이들을 두고 출근했다.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다. 학교장 재량 휴업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이다. 식사는 아이들이 차려 먹을 수 있어 밥과 밑반찬,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편식, 간식 등을 마련해 놓고 출근했다. 늦잠 자고 10시쯤 일어나 11시 정도에 '아점'으로 첫 식사를 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형편이 좀 나아졌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이런 날이면 친정엄마께서 집에 오셔서 아이들을 돌봐 주셨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는 친정엄마가 저녁에 돌보셨다. 초등학교에 가니 점심 급식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돌보러 버스 타고 친정엄마가 우리 집으로 출근하셨다. 다행히 가까이에 친정이 있어서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지 못한 직장 맘들은 점심시간에 집에 가 아이들 점심을 차려 주거나 가까운 식당에 월식했다.

오늘 같은 날 사무실에 출근해 아직 아이가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친정도, 시댁도 가까이에 없어 아이들을 봐줄 수 없는 경우는 더욱더 안타깝다.

20년 전 공직에 막 들어왔을 때와 육아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좀 나아진 것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이다. 지금은 보편화돼 많은 직원이 출산휴가 후 이어서 육아휴직을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남자 직원들도 육아휴직을 한다. 이젠 아빠의 육아휴직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예전엔 출산휴가가 2개월이었다. 출산휴가 2개월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 1개월만 쉬고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개월 다 사용하는 경우 잔 다르크처럼 보였다.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출근해 업무에 복귀해야 했다. 통장님들께서는 안타까워하시며 여직원에게 에어컨 바람 쐬지 말고 긴 팔 입고 다니라 조언해 주셨다. 그런 시기에 누구도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꿨다. 그런 제도가 있다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육아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에겐 여전히 숙제다. 그때나 지금이나 육아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에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아이 걱정보다 출근 걱정이 앞선다. 연가를 내야 하면 오늘 처리하기로 한 일은 어쩌나 막막해진다. 남편은 연가를 낼 수 있나? 병원에 다녀와 밤새 간호하다가 아픈 아이에게 약 봉투를 들려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해야 한다. 이렇게 재량 휴일이 있으면 또 아이 봐줄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지금 출생아 수가 매년 급감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육아 환경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큰아이는 빠르면 8년 정도 지나면 결혼을 할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길러 달라고 하면, 나도 직장이 있으니 못 맡아 줄 것이다. 그럼 또 내 딸도 육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내가 퇴직할 때까지 결혼을 늦춰야 하나, 아이를 늦게 낳으라고 해야 하나, 남편에게 아기를 봐 달라고 해야 하나, 아직 어린 딸을 두고 별 싱거운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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