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헌 한밭대 초빙교수·전 보령부시장

우리 국민 모두를 경악하게 하며 긴장하게 만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시행이후 반도체 수출가격이 하락세를 멈추었다는 반가운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이에 따른 안도감 보다는 창의공학과 구조라는 과목을 강의하는 입장에서 우리 눈앞에 있는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하며 경제발전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기초분야를 튼튼히 하며 차근차근 쌓아가는 노력 보다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속전속결의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선진국의 발전 모델을 빠르게 모방하고 개량하며 제조·생산하는 모방적 형태가 산업분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기초분야의 부실은 오늘날 일본으로부터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는 국가적인 수모와 경제적인 위기를 겪는 한 원인이 되었으며 이러한 어려운 시점에서 우리 산업계가 처한 공통적인 문제로써 서울공대 석학들이 제언하는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역량의 부재'라는 화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재와 부품, 장비 개발에 있어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을 때 이 문제의 본질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인 해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인 '창조적 축적(Creative accumulation)'과정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이 던지는 공통적인 메시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창조적 축적과정은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실수나 시행착오를 쌓아가야 만 얻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각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길게는 20년을 넘게 한 분야의 기초연구를 한 후 이 핵심기술들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신기술로 탄생하게 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앞에 닥친 위기 앞에서 일시적인 땜질식 처방 보다는 천천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이 더 한층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우물을 파는 장기적이고 끈질긴 연구개발을 통해 기초분야를 튼튼히 쌓아가는 창조적 축적과정을 지향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갈 때 우리 경제는 안정과 성장의 길로 갈 수 있으며 오늘과 같은 수모와 위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