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청주랜드관리사업소 진료사육팀장

흔히 말하는 '대머리독수리'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 '독수리'의 '독' 자가 이미 '대머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머리가 된 생태적 이유가 있다. 밀림의 왕이 사자라고 한다면 드높은 창공의 승자와도 같은 독수리는 그 자태와는 다르게도 사실 사냥을 하지 못하고 동물의 사체를 먹고산다.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나무 위에 앉아 사자와 하이에나의 눈치를 보며 식사 차례를 기다리는 장면이 익숙하다. 사체의 살과 내장을 꺼내 먹고 사는데 머리에 털이 나 있다면 피가 머리에 묻어 비위생적이고 비에 잘 씻겨지지도 않을 테니 자연이 만들어낸 참으로 적절한 생김새다.

우리나라에 겨울 철새로 날아오는 독수리는 저 멀리 몽골이 고향이다. 독수리가 나이가 들면 깃털이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바뀐다.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독수리는 대부분 검은 깃털을 가졌는데 몽골 지역에서 먹이 경쟁에서 밀린 어린 독수리가 남하하는 것이다. 올해 1월 청주동물원, 충북야생동물센터, 충북도가 함께 구조된 독수리를 방사했다. 이 독수리의 날개에 영문자 표식이 있어 알아보니 독수리 보전을 위해 미국 덴버 동물원이 번식한 새끼를 몽골에 방사한 개체였다. 우리 청주동물원은 앞으로 덴버 동물원과도 독수리의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다. 1월 방사한 독수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하루 한 번 모니터링했는데 3개월 동안 충남, 경상, 경기 일대를 계속 탐색했다. 4월 3일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올라갔을 때는 감동에 벅차 울컥했다. 4월 10일 중국 선양을 넘어 4월 19일 드디어 중국 북쪽 국경을 넘어 고향인 몽골로 날아 들어갔고 현재까지 몽골 중앙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청주동물원에는 부리가 삐뚤어진 독수리가 한 마리 있다. 부리가 비정상적인 삐뚤이는 지급된 닭고기를 먹는데도 다른 독수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개체에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식탐이 많다. 식욕은 삶의 의욕이라고 했던가. 지금은 여섯 마리 독수리 중 가장 활발하고 좋은 횃대도 차지했다. 관람객에게 설명할 때도 삐뚤이가 가진 사연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관람객들은 방청객에서 나올 법한 '아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감동한다. 여러모로 동물원의 효자다. 삐뚤이가 오면서 동물원의 새장에서 지냈지만 신체 건강한 독수리 '청주'가 야생동물센터에 가서 방사훈련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 갇혀 지내 날개가 굳고 과체중이지만 훈련 덕분에 근육량이 늘고 나날이 비행거리가 길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청주동물원 3년의 일상을 담은 영화 '동물, 원'이 지난 5일 전국 개봉했다. 영화 부제가 '자연과 멀어진 야생동물, 자연이 되고 싶은 동물원'이다. 청주동물원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해 관람객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건강한 동물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 멸종 위기 동물을 보전하는 좋은 동물원이 되고 싶다. 더불어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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