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평소 과학자를 아끼고 사랑했던 대통령이 KIST에서 국무회의를 주관했다면 국내 과학계로부터 많은 칭송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KIST는 과학기술분야에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한국 최초의 국책연구소다. KIST는 미국의 존슨 행정부가 1965년부터 시작된 자유월남에 대한 한국군 전투병의 파견 대가로 세워준 연구소였기 때문이다.

존슨 대통령에게 KIST를 지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다. 지금도 KIST의 대강당 이름은 존슨강당이다. 그것은 KIST가 존슨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KIST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정과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1966년에 창립된 KIST가 1969년 문을 열 때까지 10여 차례 건설현장을 방문해서 공사의 진척사항을 직접 체크하고 관계자를 격려했다.

또 초대 KIST원장인 최형섭 박사를 통해 구미 선진국에서 활약하고 있던 한국인 과학자를 유치하는데도 온갖 정성을 쏟았다. KIST의 아름다운 조경(造景)에도 그의 손길과 정성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박 대통령은 KIST를 수출입국과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할 두뇌집단으로 간주하고 최고 예우와 함께 고난도 임무를 부여했다.

현재까지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포스코, 원자력, 반도체,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산업의 청사진이 대부분 KIST에 의해 그려졌다. 과학기술의 중흥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의 비전과 열정은 역대 대통령들과 분명하게 차별된다. 그와 필적할만한 리더는 조선의 세종대왕뿐이다.

문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그의 빛나는 족적을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의 부끄러운 역사로 폄훼했다. 그러고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원전(原電)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국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스스로 해체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또 그는 KIST 설립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군의 월남전 참전을 비하하며 베트남의 쩐다이꽝 주석에게 불필요한 사과를 했다. 쩐 주석은 그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면서 “KIST와 똑같은 국책연구소(일명 V-KIST)를 베트남에 지어 달라”고 했다. 이는 쩐 주석도 박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배우고 싶다는 방증이다.

또 청렴한 과학자로 생을 마친 최형섭 박사는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연구자의 제1덕목으로 꼽았다. 그의 혼이 깃든 KIST가 조국 딸에게 가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창피한 일이다.

박 대통령의 흔적지우기에 몰두해온 문 대통령이 위선의 화신이자 사회주의자인 조국을 KIST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법무장관으로 데뷔시킨 것은 민심에 역행한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KIST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이다. 천상의 박 대통령과 최형섭 박사께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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