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889건이나 되는 장애인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7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장애인 학대로 신고된 3658건을 조사한 결과 실제 장애인 학대로 판정된 사례다. 학대 의심 사례는 1835건으로 훨씬 더 많다. 증거 부족으로 학대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사례도 꽤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인 장애인 학대 현황을 분석해 내놓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학대한다는 건 비도덕적, 비윤리적이다. 피해 장애인의 장애유형을 보면 지적장애가 587건(66.0%)로 가장 많았고, 지체장애 61건, 정신장애 50건 등의 순이었다. 피해 장애인 3명 중 2명이 지적장애인 임을 엿볼 수 있다. 지적장애인은 상대적으로 학대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학대를 받아도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약점을 노려 학대를 한다면 너무나 비열한 행위다.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이용시설, 교육기관 등의 종사자에 의한 학대가 39.3%, 가족 및 친인척에 의한 학대가 30.5%로 나타났다. 이들이야말로 가까이에서 장애인들을 더 잘 보살펴야 할 사람들 아닌가. 평소 장애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학대 가해자였다니 안타깝다. 대다수 장애인 시설 종사자들은 헌신과 봉사정신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줄 알고 있다. 문제는 극히 일부 종사자들의 일탈행동에 있다.

피해신고를 장애인이 한 비율이 10.6%에 불과한 걸 보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었을지 짐작이 간다. 피해자를 위한 맞춤형 예방책 마련이 긴요하다. 장애인 특성에 맞는 학대 신고 프로그램 개발 같은 것들이다. 장애인이 학대를 받았을 때 즉시 신고를 할 수 있는 체제라야 한다. 시설 종사자,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인권교육도 강화해야겠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더 이상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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