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청주시 국제협력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를 표현했던 '차이메리카'는 역사의 뒤편으로 저물고 있다. 양국의 다툼이 고조되는 가운데 강행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불확실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2019년 한국 수출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년 8월 말 수출은 3600억달러로 9.6%가 감소했다. IMF 무역통계에 의하면 10대 수출국 중 우리나라 수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수출 부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미·중 무역전쟁보다는 반도체 가격이 25% 하락한 점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액은 203억달러로서 수출 하락의 53%가 반도체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 침체를 들 수 있다.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은 287억달러가 줄었다. 한국 상품 3개 중 1개는 중화권으로 수출되고 있어 한국 전체 수출과 중화권 수출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수출은 4.3% 증가했다. 자동차. 전자부품 등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제품은 대중국 관세 부과로 인해 반사 이익을 봤지만 중국 감소를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산이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한국산 수출에 걸림돌이 됐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 내부에는 원인이 없는가? 수년 전부터 중국산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한국산 화학원료, 자동차부품, 광학기기, LCD 등은 중국산으로 수입 대체가 돼 왔다. 그동안 중국 추격에 대한 대응은 절박하지도, 체계적이지도 않았다.

한국 수출은 금년 4분기에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다만 9월부터 수출 감소 폭은 한자리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중 협상이 스몰딜로 타결된다면 내년부터는 수출 증가세로 반전이 예상된다. 무슨 근거로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하는가? 반도체 가격이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글로벌 IT기업 투자 재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 등은 신차 개발, 원유운반선 수주,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으로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수출 비중은 적지만 화장품, 식품 등 중소기업형 소비재 수출은 증가 추세다. 인도와 러시아 등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는 등 수출 다변화에 진전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UN산하기관인 ESCAP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들었다. 위험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충분히 짚었다. 무엇이 기회인가? ESCAP은 한국의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이 있어 변화를 활용하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첨단제품 개발이 늦어진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한국 수출실적이 실망스럽지만 자세히 보면 다시 성장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우리에게 있음을 본다.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등소평의 도광양해(韜光養晦)가 가슴에 닿는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