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호 ETRI 미래암호공학연구실장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세계최초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가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컴퓨팅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즉 얽힘과 중첩과 같은 양자 역학적인 현상을 활룡해 자료를 처리하는 계산용 기계라 불린다.

기존 컴퓨터에는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집적회로 칩 등을 활용해 컴퓨터를 이뤄왔는데 이젠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르게 됐다. 컴퓨터 부품이 이젠 원자의 크기와 비슷해 진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양자의 속성을 이용한 컴퓨터가 점점 논의돼 오다가 최근에는 드디어 상용화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만 하더라도 양자와 관련돼 컴퓨팅, 통신, 정보보호 등으로 구분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88년경 2-큐비트 양자칩이 개발된 이후, 큐비트 규모를 높인 양자칩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인텔은 49-큐비트 양자칩, 탱글 레이크(Tangle-Lake)를 발표했으며, 구글은 지난해 3월, 72-큐비트 칩 브리스틀콘(Bristlecone)을 발표했다. 또한 IBM에서는 50-큐비트 연산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운영하는 등 양자컴퓨터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양자칩과 함께 양자컴퓨터를 구성하는 양자 프로그래밍 환경, 양자 컴파일러, 양자운영체계, 양자오류보정 등에 대한 연구개발도 ETRI를 비롯 IBM, 구글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큰 규모의 양자컴퓨터 등장 자체가 사이버 보안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현존 암호들이 붕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의 엄청난 성능으로 해독에 필요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면서 현재의 암호체계가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존 암호들은 기존 컴퓨터에 의해 키를 해독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암호키 비트 길이에 비례해 지수 승 만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등장에 따라, 커다란 질적 변화가 필요한 ICT 인프라는 암호를 바탕으로 하는 보안 인프라 일 수밖에 없다.

양자컴퓨터에 의한 보안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양자내성암호 프로젝트 등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그룹이 바로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이다. 지난 2012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해 4월, 워크샵을 통해 제안자들의 발표를 진행키도 했다. NIST는 내년 혹은 내후년 3 라운드 알고리즘 후보들을 선정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에 표준 문서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주 필자가 소속된 연구원은 아주 의미 있는 국제 워크샵을 대전에서 개최했다. 이날은 연구원이 영국의 퀸즈대학과 양자 정보보호 관련 국제 공동연구를 한지 10년이 되는 시점이라 더욱 뜻깊었다.

이날 워크샵에는 NIST 관계자도 참여해 행사를 더욱 의미있게 해줬다. 양자 정보보호 관련 전 세계 리딩 연구그룹이 대전에서 만난 셈이다. 미국의 최고 전문가 그룹과 유럽의 최고 전문가 그룹의 특별강연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ETRI를 비롯,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전문가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워크샵을 통해 양자컴퓨터에 의한 암호 무력화라는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협력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안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합의된 방법론, 새로운 양자분석 알고리즘에 대한 발견, 양자 저항성을 고려한 계산량, 보안강도 측정, 키사이즈 제안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류가 고민하지 않는 양자 암호연구가 원만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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