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충북무심수필문학회 사무처장

이사를 오면 시루떡을 돌리며 이웃끼리 첫인사를 나누었던 예전의 풍습이 언제부터인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떡은커녕 앞집과 옆집 그리고 길 건너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도 두지 않는다. 아파트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어쩌다 마주친 이웃과 만나면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고 그래서 싸늘하게 외면하기 일쑤다. 종종 같은 통로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용기를 내어 먼저 인사를 건네면 이에 반갑게 화답하는 분보다 어색한 표정으로 약간 반응하고는 금세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가 소홀해진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낯선 사람들 사이에도 말문을 쉽게 트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주인들끼리 자연스럽게 말문을 튼다. 상대방 강아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통의 관심사를 주고받는다.

강아지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안고 지나가기라도 하면 괜스레 보호자에게 아기의 나이를 묻거나, 아가랑 눈을 맞추고 말을 걸기도 한다. 여리고 티 없는 생명체를 매개로 사람들의 마음이 이어진 것이다.

자연 또한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이기는 마찬가지다. 봄꽃의 탄생을 예찬하고, 단풍의 장관에 경탄하거나, 가을 추수의 기쁨을 서로 나누다 보면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타인에 곁에 다가서게 된다.

결핍도 때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의외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시어머님이 골다공증으로 여러 번 수술하고 입원해 계신 적이 있다. 여럿이 지내는 병실에 들어서면 처음 보는 환자나 보호자끼리 금방 말문을 튼다. 건강의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어려움에 쉽게 공감한다.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기에 가능한 일이다. 환자와 보호자로서 공통분모인 건강의 결핍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지게 하는 게다.

사람과의 사람의 만남이 삶의 전환점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평생을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삶의 축복이다. 그 축복은 관계를 통해 이어진다. 가장 기뻤던 순간, 자긍심을 가졌던 순간, 의미와 목적을 깨닫는 순간들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고급 등산복을 입고, 명품을 들고 다니고, 최고급 차를 타면서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타인들끼리 공통의 화제가 되지는 못한다. 소유물과 자기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간다.

반면에 스포츠 경기를 보며 모두의 기쁨이 되는 결정적 장면 하나에 함성을 터트리며 일순간 하나가 된다. 갑자기 큰 재난을 당해 생긴 아픔과 상처를 보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새삼스럽게 마음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것이 진정한 만남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으로 세상에서 멀어질 때까지 누군가를 만나며 삶을 영위한다. 행복한 세상,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삶은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만들어진다.

그것이 삶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무심하게 자신을 드러낼 때 서로의 심미적 감동이 녹아내린다. 나와 너 사이의 분별이 사라질 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고 진정한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나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 그중에 하나이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리하는 사람이 아닌, 가깝게 만드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