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周)나라 환왕(桓王)은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천자의 명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송(宋)나라를 쳤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해 장공의 정치상의 실권을 박탈했다.

장공은 이 조치에 분개해 조현(朝見)을 5년이나 중단했다. 국세가 약화돼 명목상의 천자국으로 전락한 주나라의 권위를 이번 기회에 회복시키기 위해 주환왕은 정나라를 치기로 하고 제후들에게 참전을 명했다. 정장공 역시 방어 태세로 나왔다. 왕명을 받고 괵, 채(蔡), 위(衛), 진(陳)의 군사가 모였다. 주환왕이 총사령관이 돼정나라를 징벌하러 나섰다.

이렇게 천자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나간 일은 춘추 시대 240여 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양군은 정나라의 수갈(繡葛)에서 대치했다. 정나라의 공자 원(元)이 정장공에게 진언했다. “지금 좌군에 속해 있는 진나라 군대는 국내 정세가 어지럽기 때문에 전의가 없습니다. 먼저 진나라 군대부터 공격하면 반드시 패주할 것입니다. 그러면 환왕이 지휘하는 중군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괵공이 이끄는 채나라와 위나라의 우군도 지탱하지 못하고 퇴각할 것입니다. 이때 중군을 치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습니다.”

장공은 원의 진언에 따라 원형의 진을 짜고 전차를 앞머리에 세웠으며, 보병을 후진으로 해 전차와 전차 사이를 미봉했다. 이 전략은 적중해 환왕의 연합군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환왕은 정나라 축담(祝聃)이 쏜 화살에 어깨를 맞고 부상을 당했다. 환왕은 군사를 수습해 정나라에 대항했다.

축담이 환왕을 치겠다고 나서자 장공이 만류했다.

“군자는 사람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물며 천자를 능멸해서야 되겠는가? 국가 사직을 지키려는 우리의 목적이 이뤄졌으니 됐다.”

장공은 제족(祭足)에게 선물을 줘 주 환왕에게 가서 위로하게 한 뒤 군대를 철수시켰다. 정나라 장공은 부족한 전차(수례) 때문에 전차 사이사이에 보병으로 미봉(彌縫:터진 곳을 임시로 얽어맴)했다는 데서 유래됐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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