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타란티노의 귀환…영화보다 더 영화 같던 1969년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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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타란티노의 귀환…영화보다 더 영화 같던 1969년 할리우드
  • 연합뉴스
  • 승인 2019년 09월 21일 07시 0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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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초호화 캐스팅
'꽃미남 빅스타' 디캐프리오-피트 첫 호흡서 '브로맨스' 눈길
▲ [소니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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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는…"

미국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1960년대 할리우드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상상력 공장'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영화로 다시 옮긴 것이다. 제목만으로는 한편 동화처럼 보이지만, 허구와 사실을 자유자재 넘나들며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하나로 엮일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161분간 거침없이 풀어내는 솜씨가 역시 보통이 아니다.

배경은 1969년. 한물간 액션 스타 릭 달튼(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다. 릭은 만날 비슷한 악당 역할이나 맡는 신세를 한탄하며 재기를 노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를 퇴물 취급하는 뼈아픈 평가만 돌아올 뿐이다. 그런 그의 집 옆에 당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인 로만 폴란스키와 배우 샤론 테이트 부부가 이사 온다. 릭은 기회를 잡을까 기대를 품어보지만, 그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클리프 역시 릭이 변변치 못한 역할만 맡으면서 스턴트 배우로 뛸 기회가 줄었다. 하루 대부분을 릭의 차를 대신 운전하거나 집안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보낸다. 그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히치하이크하는 히피 소녀를 만나 히피들의 집단 거주지에 들어간다.

영화는 중반까지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릭과 클리프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60년대 할리우드 풍경과 최고 꽃미남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를 한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타란티노 감독 역시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두 배우가 출연해줄 줄은 몰랐다"며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캐스팅"이라고 만족했을 정도다. 첫 만남인데도 두 배우는 실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 같은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디캐프리오가 연기한 릭은 영화 대사나 소설 속 주인공 처지에 감정 이입하며 자주 눈물을 흘리는 '울보'다. 서부극 촬영장에서 8살 소녀가 "제 인생에서 본 최고의 연기였어요"라고 칭찬해주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선 웃음이 팡 터진다. 디캐프리오가 나오는 분량은 주로 영화 속 영화 형식이다. 릭이 찍은 서부극부터 전쟁 액션, 코믹 액션까지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 디캐프리오 주연 영화 여러 편을 한꺼번에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디캐프리오가 다소 과장되고 지질한 연기로 웃음을 줬다면, 브래드 피트는 '반전' 담당이다. 과묵하던 클리프의 과거와 무술 실력이 드러나고, 그가 히피 거주지로 들어가면서 극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브래드 피트가 디캐프리오 '그림자' 역으로 나온다는 설정 자체가 이색적이다.

두 배우 이외에 실존 인물 샤론 테이트를 연기한 마고 로비와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다코타 패닝, 루크 페리 등 쟁쟁한 스타들이 타란티노와 인연으로 모였다.

1969년 할리우드에는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가 그해 8월 9일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 추종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샤론은 당시 임신 8개월이었다. 폴란스키는 당시 촬영차 집을 비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영화도 그 사건이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타란티노는 사건을 똑같이 재연하기보다 그만의 방식으로 비틀어 보여준다.

영화에는 B급 감성이 곳곳에 녹아있지만, 그 시절 공기를 담는 데는 꽤 충실했다. 당시는 기성문화와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히피 문화가 발달했고, 할리우드는 각 가정에 보급된 TV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때다. 타란티노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또 도로를 누비는 클래식카, 프랜차이즈 식당, 극장, 영화 촬영장 세트 등 1960년대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니라 실제 세트로 구현했다. 영화 제작 기간이 6년이나 걸린 이유다.

타란티노는 "나도 1969년 LA 카운티에 살았고, 그때 기억을 되짚으며 만들었다, 내 기억과 관련이 많은 작품"이라며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타란티노 전작들과 분위기도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로 새로운 영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타란티노는 1994년 '펄프픽션'으로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킬빌' 시리즈와 '버스터즈:거친 녀석들'(2009) 등을 선보이며 '타란티노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들이 주로 핏빛과 폭력으로 물들었다면, 신작에서 핏빛은 클라이맥스를 제외하고 덜한 편이다. 오는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