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이 이슈인 요즘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의류·장난감·가방·음식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여성이 주된 소비층인 경우 더 비싼 값에 판매되는 현상인 ‘핑크택스’다.
뉴욕시 소비자보호위원회(Department of Consumer Affairs)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 122개를 조사한 결과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13% 더 비쌌다.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면도기도 여성용은 18.49달러, 남성용은 14.99달러로 격차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핑크택스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핑크택스를 아십니까’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글에서 “남녀 미용실 커트 비용이 과도하게 차이가 난다”며 “여성이란 이유로 기장과 스타일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남성보다 6000원이나 비싼 1만8000원을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펌이나 염색은 기장에 따라 요금 차이가 나는 게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한 헤어숍 내에서 성차별적인 커트 요금 부과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미용실 커트 요금은 성별에 따라 금액이 확연히 달랐고 여성이 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남성과 여성의 커트 값이 같거나 1000~2000원 정도의 소액 차이가 나는 미용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탈 코르셋 운동 등의 확산으로 긴 머리에서 벗어나 숏커트를 하는 여성이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남녀 커트 비용 차이의 불필요함을 인지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별다른 이유 없이 비싼 가격이 책정돼 논란을 불러오는 여성 타깃 상품은 또 있다.
여성 소비자가 많은 마카롱, 인스타 감성의 카페나 떡볶이 등은 비슷한 타 제품이나 원가에 비교해 봤을 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목소리다.
마카롱의 경우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제과제빵 중 난이도가 높은 페이스트리 등 제품 대비 비싸다.
전문자격증이나 관련 경험 없이 우후죽순 판매하는 것도 높은 가격이 측정돼선 안 된다는 이유다.
각종 성범죄 사건의 불안감으로 자물쇠, 호신용품 등 여성들이 지불하는 안전비용이 일종의 핑크택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다수의 여성 1인 가구는 원룸에 거주하는데 안전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지하나 1층보다는 고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현관문용 수동 잠금장치, 창문 스토퍼 등 보안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모두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비를 더 해야 하는 핑크택스인 셈이다.
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여성용 롱패딩은 거위 털 충전재가 남성용의 절반에 불과한데 가격은 남성용과 같아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여성용 상품이 섬세함을 요구하거나 손이 더 가는 경우가 많아 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요즘 성별이 아닌 원가 등을 반영한 가격 측정이 고려돼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진나연 기자 jinny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