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해제하고 해”… 방사선이 앗아간 청년의 꿈
상태바
“안전장치 해제하고 해”… 방사선이 앗아간 청년의 꿈
  • 이수섭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19일 19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0일 금요일
  • 5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외주업체 실습생 20대
안전연동장치 해제상태서 피폭
통증 호소해도 회사측 ‘모르쇠’
“은폐규탄·진상규명 대책요구”
▲ 신안산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인 이모 씨가 방사선에 피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방사선에 피폭된 이모씨의 아버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이수섭기자

[충청투데이 이수섭 기자] 서산지역 출신으로 신안산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3) 씨가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지난 7월 15일 서울반도체 외주업체의 장기현장실습생으로 취업했다. 이씨는 불량 발생 시 품질을 분석하기 위한 반도체 결함검사용 X-ray 발생장치를 사용하는 업무에 투입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했다.

문제는 인터락(안전연동장치)이 해제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인터락은 방사선 발생장치 문을 열었을 때 방사선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잠금장치로 인터락을 해제하면 방사선 발생장치의 문이 열린 상태에서도 방사선이 발생한다.

외주업체 관리자는 이씨에게 "인터락이 있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 돼"라고 하면서 인터락 구멍에 종이를 구겨놓고 그 위에 테이프를 붙여 인터락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인터락을 해제하면 해제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2~2.5배 더 많은 물량을 검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서울반도체 노동조합,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18일 안산시 단원구 서울반도체 정문 앞에서 '서울반도체의 방사선 피폭사고 은폐 규탄 및 피해 진상규명,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늘 우리는 방사선 피폭사고 피해를 심하게 입은 정모(26)·이씨 등 노동자 2명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하고, 서울반도체와 하도급업체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용노동부는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해 검사업무를 한 노동자 7명이 방사선에 피폭됐고, 그 중 정씨·이씨가 일부 노출 정도가 심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씨의 아버지는 "방사선 취급 관련 전문지식과 교육 없이 업무를 하게 된 제 아들은 X-ray 방출 시 안전장치를 풀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얼마나 위험한 지 몰랐다"며 "안전장치를 풀고 방사선이 나오는 기기 안에 손을 넣어 작업을 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무려 17일이나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된 채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작업을 하며 점점 손가락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 홍반이 나타나자 지난 7월 25일 회사에 이상증상을 호소했지만 회사측에서는 '수년간 일한 직원들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과민반응하지 말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이후 이씨는 12일 지난 8월 5일에서야 원자력의학병원으로 이송돼 방사선 피폭 정밀검진을 받았다.

▲ 방사선에 피폭된 이모씨 손 사진  이수섭 기자
▲ 방사선에 피폭된 이모씨 손 사진 이수섭 기자

이씨의 아버지는 "대학교 등록금을 갚기 위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 아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백혈병과 암에 걸리지 않을까 평생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스트레스,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장치를 풀어 방사선 발생장치에 손을 집어넣는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업을 시킨 서울반도체와 하청업체의 실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반도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라 협력사 방사선 노출 의심자 7명에 대한 혈액검사가 모두 정상으로 판정된 가운데 이 중 추가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2명의 염색체 이상 검사결과도 모두 정상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는 X-ray 측정기에 안전장치인 스위치를 테이프로 붙이고 손을 안쪽으로 넣고 반복 검사해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장비 작동 시 임의로 문을 개방 후 그 앞에서 방사선 누출 정도를 측정한다 하더라도 그 수치는 극히 소량"이라며 "하루 8시간 365일 문을 열어 놓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등가선량 한도 50mSv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협력사의 지도 소홀로 인한 방사선 노출 사고 발생으로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산=이수섭 기자 ls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