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성살인 용의자 DNA 3차례 사건서 검출…혐의 전면부인"
5·7·9차 사건 증거물서 나와…용의자는 부산교도소 수감인 처제살해 무기수
"수사중" 이유로 용의자 개인신상 공개 거부…수사매듭시 공소권없음 처리될 듯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됐다.

당시 사건 피해자들의 증거물에서 새롭게 발견된 DNA가 용의자와 일치했는데 10차례의 살인 사건 중 3차례 사건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A(56) 씨의 DNA가 화성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3차례 사건은 5, 7, 9차 사건으로 전해졌다. 이 중 9차 사건에선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A씨 DN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1차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를 찾아가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간 경찰의 대규모 조사에서도 A씨가 용의자로 특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1994년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됐다.

1994년 청주 범죄는 그 수법이 잔혹하고 치밀했다는 게 당시 수사 경찰들의 설명이다.

A씨는 처제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싸고 다시 한 번 청바지로 뒤집어씌웠다. 또 시신을 쿠션 커버 등으로 여러 겹 싸서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버렸다고 당시 경찰은 회상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에게 1심과 항소심 모두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돼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A씨를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수사 중인 경찰은 A씨가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이뤄진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 A씨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었는지, 현재 어떤 범죄를 저질러 수감 중인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A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져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A 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 부산교도소에 20년 넘게 수감 중인 A씨가 1급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

부산교도소에서는 무기수들이 많아 A 씨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혼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수감생활 중 한 번이라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한다.

A씨에게는 면회가 허용된 후 1년에 한두 번 가족과 지인이 면회를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A씨는 교도관이나 주변 수용자에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교도소 측은 최근에서야 A씨가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장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어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천280명과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전담팀을 구성하고 DNA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는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진나연 기자 jinny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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