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우리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징병으로 고초를 겪은 조선인들이 바로 우리의 할아버지이고 할머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 수가 730만 명 이상이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강제 동원했다는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베정권은 강제징용은 없었으며, 조선인들의 자발적 지원으로 이뤄졌고, 일본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강변한다.

아베정권은 2015년 메이지시기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서 군함도, 미쯔비시조선소 등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던 시설 7곳을 포함했다. 또한 유산의 시기를 1850년부터 1912년으로 한정, 병탄 이후 본격화된 강제징용과 군 위안부 동원 사실을 은폐해 유산의 전 역사를 보여줘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했다. 심지어 산업시설과 무관한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까지 끼워넣었다.

이런 점에서 2015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메이지시기 산업유산은 아베정권의 우경화, 군국주의화를 뒷받침한다. 당시 이러한 사실에 대해 미국, 중국, 필리핀 등 전쟁의 당사자를 포함해 국제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이에 유네스코는 2015년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일본은 2017년 12월 1일까지 각 유산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산업시설에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안내하여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2018년 유네스코 바레인 총회에서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현장 조사결과 2019년 현재까지도 미이케 탄광·미에츠 해군소·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군함도 등에서는 조선인 강제징용이나 노역 등을 설명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다. 즉,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제192조 B항에는 “등재신청 당시 이미 세계유산의 본질적인 특징이 인간의 행위로 인해 위협받고 있었던 경우, 그리고 신청 당시 당사국이 제안한 필요한 시정조치가 제시된 기한 내에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최종 삭제한다는 규정이 있다. 메이지유산 유네스코 등재는 유네스코 지정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베정권은 과거 만행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메이지유산을 경제발전의 징표로서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것이므로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산업화는 일본의 기술 발전만으로 성취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강제노역 아픔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 선조들뿐 아니라 중국인과 제2차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포로 노동도 포함돼 있다. 또한 한반도 등 아시아 침략의 역사도 내재돼 있다. 이처럼 메이지유산 유네스코는 고통의 그림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강제노동과 포로노동 등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기록하고 안내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미래를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 정부에 유네스코 권고 사항 이행을 촉구함과 아울러 등재 삭제 운동을 통해 아베정권의 전쟁국가 실현이라는 야망을 분쇄해야 한다. 이는 곧 인류 문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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