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세종시에 대통령 업무공간이 들어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질질 끌다보니 이런 저런 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다'는 일부 보도까지 나왔다. 충청 민심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닌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청와대와 정부 측의 석연찮은 행보에서 비롯됐다.

올해 초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에 대한 대통령 공약이 무산된 이후 그 대안으로 세종집무실 설치안이 크게 부상했었다. 그 결과 지난 2월 제2집무실 설치를 위한 TF를 구성하고도 여태껏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다보니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혼란을 부추긴 것은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 청와대가 뒤늦게 "결정된 바 없다. 현재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세종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수도완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세종회의'의 성명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만일 청와대가 세종집무실을 설치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했다면, 그건 표리부동한 그야말로 명분 없는 자가당착일 따름이다. 세종회의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국정운영 방침과도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국회의 세종의사당과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과도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세종집무실 설치 여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이 빨리 나와야 할 차례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안은 세종 국회분원과 함께 2012년부터 민주당에서 제시한 공약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각 정당 찬성 입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의 지위와 역할에 견주어 볼 때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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