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고달픈 돼지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돼지는 지능이 높다. 개보다 높다. IQ는 75~85 정도다. 침팬지 수준이다. 돼지는 뛰어난 장기 기억을 갖고 있다. 미로도 잘 빠져나온다. 거울을 보고 자신을 알아볼 줄 안다. 공간만 있다면 배변도 가릴 줄 안다. 공감능력도 갖고 있다. 가축이던 개는 귀여운 외모로 '반려동물'이 됐다. 하지만 돼지는 여전히 '가축'이다. 물론 맛있다. 삼겹살·막창·갈비 등 버릴 게 없다. 맛있기에 고맙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돼지는 태어나 좁은 곳에 길러진다.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다. 앉았다, 일어났다만 가능하다. 살을 찌우기 위해서다. 연한 살을 위해서다. 차가운 콘크리트에서 그렇게 산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수컷은 꼬리도 잘린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단 이유다. 물론 마취 따위는 하지 않는다. 햇빛 또한 사치다. 도축·생매장될 때만 하늘을 볼 수 있다. 정말 기구한 운명이다. '복의 상징'이지만 현실에선 박복하게 산다. 괜스레 미안해진다.

☞돼지의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이다. 국내 첫 발생이다. 17일 경기도 한 파주 농가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다. 뒤이어, 연천에서도 발생했다. 이 병은 치사율 100%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식욕부진, 기립 불능,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러다 10일 이내에 죽는다. 백신·치료 약도 없다. 그래서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린다. 사람에게 전염되진 않지만 돼지에겐 치명적이다. 지난해 중국에선 이 때문에 돼지 고깃값이 40% 넘게 올랐다. 또 발병 농가 80%는 다시 키우는 걸 포기했다.

☞심각한 위기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방역에 힘을 쏟았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방역망에 구멍이 나있던 셈이다. 일단, 유입 경로도 오리무중이다. 멧돼지·사람·사료도 아니다. 시작은 됐지만, 확산은 막아야 한다. 퍼지면 끝이다. 지자체들은 24시간 비상방역에 나섰다. 방역뿐만이 아니다. 장기 계획도 필요하다. 혹시 모를 가격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불안이 부를 소비 위축 사태도 걱정이다. 올해는 황금 돼지의 해다. 올해가 돼지의 눈물로 얼룩지지 않길 기도한다. 돼지들은 이미 고달프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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