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학원안전공제회 이사장

국가 비상사태다. 최근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는 키워드가 정쟁을 넘어 국민들의 분열로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더 큰 문제가 우리 발등에 떨어졌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하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을 공식 확인한 이후 국내 양돈농가는 그동안 조심하고 또 조심했지만 결국 ‘돼지열병’의 침투를 막아내지 못했다. 폐사율이 100%라는 ‘돼지열병’은 18일 현재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인근 연천군에서도 발생하며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걸리면 죽는다’는 말처럼 백신이 없는 탓에 경기도 일대 양돈농가 뿐 아니라 국내 모든 양돈농가들은 돼지열병의 확산 여부를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돼지열병 확산이 심각한 것은 단순히 돼지 폐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돼지열병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근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50여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돼지열병 발생 이후 돼지고기 값이 50% 가까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돼지고기 수급 문제가 국제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실제 돼지고기 수급 문제가 닭고기 등 대체재로 파급될 경우 연쇄적인 국제 육류 파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돼지고기 자급률이 70% 가량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육류 파동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충남에도 도내 1227곳의 사육농가에서 242만 40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천안시와 아산시의 경우 경기도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상 차단방역에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7일 돼지열병 발생과 동시에 “전 행정력을 동원해 전시에 준하는 차단방역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양승조 충남지사의 대응은 진영 논리를 떠나 참으로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 정부 역시 모든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고, 각 지자체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물론 국민들도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돼지열병 발병국 여행을 자제하고 돼지가공품을 반입하지 않아야 하며, 발병 매개체인 야생 멧돼지의 먹이가 될만한 음식물을 잘 처리해야 한다. 또 야외활동 시 음식물 등을 버리지 말아야하며 방역활동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의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돼지열병으로 인한 충격과 사우디 원전 피폭에 따른 국제 원유가 급등 우려 등 위기의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백신조차 없는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초동대응에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