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물통 등 쌓아두고 주차금지… 주민-차주 분쟁 빈번
‘거주자 우선주차’ 대전선 서구만… 안정적 주차체계 시급

17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주택가에 주차를 막기 위한 적치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전민영
17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주택가에 주차를 막기 위한 적치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전민영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주택가에 주차하는데 집 주인이 대기하고 있다가 ‘왜 남의 집 앞에 주차를 하느냐’며 온갖 화를 다 쏟아냈어요.”

고등학생 자녀의 등하교를 위해 종종 대전 동구 문화동에 들르는 A(50) 씨는 지난해 한 주택 담벼락에 잠시 차를 주차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본 후 아이와 돌아온 A 씨를 향해 집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삿대질과 함께 폭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A 씨는 112에 신고를 접수, 인근 지구대 경찰이 출동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A 씨는 “합법적으로 우선 주차를 허가받은 것도 아닌데 주인행세를 하는 게 당황스럽다”며 “담벼락 앞에 의자를 놓으면 그 곳이 개인사유지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주택가 곳곳에 의자와 물통 등 적치물을 쌓아놓고 임의로 주차구역을 확보하는 사례가 넘쳐나지만 각 자치구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주차구역 확보로 인해 크고 작은 분쟁이 지속되는 만큼 자치구에서는 ‘거주자우선주차제’ 등 기본적인 제도 마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서구 뿐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는 거주자가 일정 요금을 구에 지불하면 거주자 전용 주차구획을 배정하는 제도다.

반면 서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는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행 자치구들의 경우 ‘주민 미동의’가 거주자우선주차체 시행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한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운영돼야 하는 탓에 구획 배정 개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거주자우선주차제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대덕구의 경우 2006년~2008년 중리동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범 운영했지만, 일부 미배정 주민들의 반대 민원으로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민동의 문제보다는 거주자우선주차제 도입을 위한 번거로운 조례개정 절차를 비롯, 거주자 외 주차 단속 등을 위한 추가인력이 요구되는 탓에 자치구가 이를 꺼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각 자치구들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주택가에 대한 주차 단속을 줄여가면서 주차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운영하지 않는 유성구 구민 B(27) 씨는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며 모바일 앱을 활용한 공유주차를 구상하기보다는 거주지 인근에서 주차 시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거주자우선주차부터 시행하는 게 순서에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거주자우선주차제 운영 등 안정적 주차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구가 처음 도입했을 때도 주민 동의율는 절반에 불과했으나, 구의 적극적인 설득이 점차 주민의식을 높인 것”이라며 “제도가 문제라면 고치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설득하는 등 행정편의주의로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수습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