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정치권은 상대방 흠잡기로 눈 코 뜰 새 없다. 얻어걸릴 사안만 있으면 일단 털고 본다. 진위 여부는 나중 문제다. 이른바 '신상 털기'다. 신상 털기는 제4차 산업 혁명이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말이다. 꼭꼭 숨겨놓아도 속속 드러난다. 무차별 공개하는 신상 털기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상 털기는 우리 문제만은 아니다. 같은 뜻의 'doxing'이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중국 정치권에서도 신상 털기가 횡행한다. 중국인들은 이를 '인육수색(人肉搜索)'이라 한다. 신상 털기보다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이런 신상 털기가 한자 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존재해 왔다. 중국 ‘한비자(韓非子), 大體篇’에 보면 군주와 신하가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어지러움을 다스림에는 법에 의지하였고, 가볍고 무거움은 저울에 따라 판단하였다.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아니하고 사람의 감정과 본성을 상하지 않게 하였다. 털을 불면서까지 작은 흠집을 찾아내는 짓(취모멱자:吹毛覓疵)은 하지 않았고 때를 닦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살펴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이 문장은 '군주는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사소한 것까지 관여해서 안 된다'는 말이다.

최모멱자(吹毛覓疵), 원래 '털을 불어가며 작은 흉터를 찾는다'는 뜻이다. 털을 불어 가며 털 속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찾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좋은 일이다. 상처가 털 속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아 제때 치료되지 않으면 더 큰 상처로 이어질 우려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뜻에서 취모구자(吹毛求疵·털을 불어 털 속에 숨어 있는 상처를 구한다)란 말도 생겨났다. 멱(覓)과 구(求)가 모두 '구한다'는 뜻이다.

사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러나 내 주머니 속 먼지는 생각 않고, 남 주머니 속 먼지만 보인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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