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썩은 물… 분위기 스산해
한 때 과학자 교류 공간‘역할’
소송 장기화 등 방안 못 찾아
우범지대·도시미관 저해 전락

▲ 16일 직접 찾은 대덕과학문화센터 계단은 잡초와 수풀로 우거져 있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올해로 16년 째 방치된 ‘대덕과학문화센터’(이하 센터)를 찾아간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허리춤까지 올라온 무성한 잡초와 곳곳에 물이 고여 생긴 물때, 그리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였다.

청명한 가을 한낮에 찾아갔음에도 이곳은 공포영화 촬영현장 못지않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양쪽으로 나 있는 정문은 철 줄로 묶여 굳게 닫혀 있었고 그나마 출입 가능했던 가운데 길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자란 수풀로 없어진 지 오래였다.

지뢰밭 건너듯 조심스럽게 잡초를 피해 들어선 본관 입구 가운데는 큼지막한 분수대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썩은 물만 가득 고여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벌레 사체와 벽면 가득 끼어있는 물때로, 한 때 화려했던 이곳 분수대는 흉물이 돼 있었다.

대덕연구단지의 숙원사업이었던 센터 활용이 소유주와 건축주 간 법적 분쟁으로 또 다시 표류하게 되며, 앞으로 이곳이 얼마나 더 방치될지 가늠 조차할 수 없게 됐다.

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49) 씨는 “언제까지 이 건물이 방치돼 동네 미관을 저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밤에 산책이라도 하려고 근처를 지나가면 괜히 무섭고 뒤를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고 호소했다.

호텔 롯데대덕으로 1993년 문을 연 센터는 1만 4700㎡의 부지에 전체 연면적 14만 3400㎡,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다.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연구단지 복지시설로 건립해 10년간 과학자와 기업인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명성을 얻어 왔다.

▲ 대덕과학문화센터 본관 입구에 위치한 분수대에 수년간 물이 고여 썩어있는 모습.
▲ 대덕과학문화센터 본관 입구에 위치한 분수대에 수년간 물이 고여 썩어있는 모습.

과거 과학자들의 교류 공간으로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롯데호텔의 임대기간이 끝난 2003년 매각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목원대가 268억원에 매입했지만 활용되지 못한 채 도심 속 흉물로 변하게 됐다.

대전시가 융합연구혁신센터로 활용하려고도 했지만 법정 소송이 장기화 되며 현재 한스코 기술연구소 일원으로 제3의 부지를 확정한 상태다.

또 다시 방치 상황에 놓여 아무도 찾지 않는 센터에는 목원대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경비원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대낮에도 으스스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는 이곳에 어둠이 찾아오면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현재 2명의 경비원이 주·야간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야간의 경우 조명을 키지 않으면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아 돌아다닐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인근 고등학교에서 비행 청소년들이 담배나 술을 마시는 등 우범지대가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5년간 경비 근무를 서 왔다는 그는 “밤만 되면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부터 계속되는 주민 민원까지 골치가 아프다”며 “지구대 순찰과 경비를 강화해 우범화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근본적으로 하루 빨리 이 건물이 활용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 대덕과학문화센터 건물 외벽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곰팡이가 슬어 있다.
▲ 대덕과학문화센터 건물 외벽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곰팡이가 슬어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