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매년 100여대 추가보급
市 위탁 수리기관 기사 태부족
이동권 박탈… 사설업 판매 위주
전문성 갖춘 수리기사 키워야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며칠 째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에 앉아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에요.”

뇌출혈로 인한 반신마비로 10년 째 전동휠체어를 사용 중인 A(52) 씨는 며칠 째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전동휠체어가 수리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상, 약간의 보조금이라도 지원받으려면 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수리센터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 개수가 손에 꼽힌다. 타이어, 밧데리 등 비교적 간단한 교체는 괜찮지만 세부적인 수리를 담당할 인력은 특히 부족해 며칠이고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잦은 고장으로 인한 하소연을 해도 A 씨에게 돌아온 건 “핸드폰, 노트북도 일년에 서너번은 고장난다”는 대답 뿐이었다.

사람의 이동권이 달린 휠체어와 전자기기를 같은 비교선상에 두는 이들을 보며 A 씨는 답답할 따름이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수리 인프라 부족으로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와 정부가 장애인 복지 확대를 위해 전동휠체어 보급에만 열을 올리는 탓에 부족한 수리 인프라로 인한 불편함은 고스란히 장애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전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 규모는 약 3만 3000여명으로 시는 보험급여 대상인 이들에게 매년 100여대의 전동휠체어를 추가 보급하고 있다. 여기에 사설 업체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지역 내 전동휠체어 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급 증가추세와 달리 고장수리에 대한 인프라는 턱없이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가 위탁으로 운영하는 수리기관의 수리기사는 평균 1~2명에 불과한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탁기관 외에 전동휠체어를 취급하는 사설업체도 고장수리 업무를 처리하고는 있지만, 이들 사설업체의 경우 판매도 겸하고 있는 탓에 수익을 위한 판매 쪽에 업무가 집중된 상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단독 거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고장수리 인프라 부족이 이동권 박탈로 직결되는 셈이다.

전동휠체어 관련 전문기술이 보급되지 않는 점도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동휠체어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특성상, 각자의 신체에 적합하도록 수리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세밀한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동휠체어와 관련된 별도의 전문 자격증 과정이나 교육기관이 전무한 탓에 장애인 개개인별 신체 특성이 반영된 전동휠체어 이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 등은 보조공학사 국가자격에 수리 자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시와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는 실정이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연맹의 한 관계자는 “수리기사의 능력에 따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장애인이 입는 피해는 천지차이”라며 “전동휠체어 보급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전문 수리기사를 육성하는데도 힘을 쏟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수습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