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스타벅스, 나이키, 이케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으로, 나이키는 스포츠용품, 이케아는 중저가의 조립제작 가구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다. 각각 주력 서비스 분야가 다르다 보니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세 기업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창업지역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스타벅스가 태동한 곳은 미국 시애틀이다. 여느 대도시와 달리 경쟁보다는 삶에서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이 강한 곳이다. 스타벅스는 시애틀 시민들의 생활 패턴을 커피전문점이라는 공간으로 끌어와 대도시에서도 나만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위 ‘초대박’을 터뜨렸다.

나이키의 본부가 있는 미국 포틀랜드는 가장 푸른 도시이면서 도시 전체가 산책과 조깅, 그리고 자전거 타기, 걷기에 가장 최적화된 도시다.

나이키는 이 도시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바로 그것을 하라(Just Do It!)’는 나이키의 유명한 슬로건으로 연결했다.

이케아 또한 스웨덴의 스몰란드라는 척박한 땅에서 검소하고 절약이 몸에 밴 시골 사람들에게 좀 더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가구 제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동기로 만들어졌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저 평범해 보이고 어쩌면 글로벌 경쟁이 판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크게 뒤처져 있는 것 같은 요소들을 오히려 이들 기업은 가장 경쟁력 있는 요소로 탈바꿈시켰다. 경영전략이론 가운데 ‘자원 준거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 내부에 보유한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이 쉽지 않은 자원이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들이 차용한 지역적 특성은 엄밀히 보면 자원 준거 이론에서 말하는 기업 내부의 자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지역적 특성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소화해 경쟁력의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역 특성이 기업의 자원으로 전환됐다고 하겠다. 즉 지역적 특성이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하기 쉽지 않은 자원이라면 그것은 기업의 핵심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는 대전시의 중소기업들도 대전만의 지역 스타일을 기업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전만의 지역 스타일의 핵심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4차산업혁명 전 분야에 걸쳐 대덕특구에서 끊임없이 창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들과 고급연구인력, 시험시설과 장비의 활용 가능성은 그 어떤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희소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단기간에 모방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자원과 대전시 소재 기업의 결합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제4차산업혁명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자원들은 그동안 지역적 활용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기업들에게 활용되는 수준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다 보니 대전시 소재 기업들도 지역 특성을 경쟁력으로 전환하는데 서툴렀다. 구슬이 서말이나 있었지만 제대로 꿰지 못한 것이다.

최근 들어 대전시가 주도적으로 지역 소재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전시 소재 기업만을 위해 정부연구기관과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실행되고 신규 기획 중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고급연구인력들이 기술컨설팅과 사업화 지원에 참여하는 사업도 처음으로 시작됐다. 실증인프라와 연구 장비들에 대한 대전시 기업들의 공동활용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 협업해 기술창업 지원을 강화하려 하는 노력도 가시권 속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활용의 범위를 넓히며 성과로 연결하면 어느 순간 대전시 내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대전지역 밖의 기업들도 대전으로 몰려올 날도 멀지 않았다. 대전시의 지역 스타일이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경쟁력이다. 대전시의 기분 좋은 출발이 계속돼 글로벌 대전으로 도약할 날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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