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앨범 '투 파이브'…"음악적 변화, 자기복제란 말 때문 아냐"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듀오 볼빨간사춘기의 안지영(오른쪽), 우지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새 미니앨범 '투 파이브'(Two Five) 발표회에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9.10 scap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듀오 볼빨간사춘기의 안지영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새 미니앨범 '투 파이브'(Two Five) 발표회에서 타이틀곡 '워커홀릭'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9.9.10 scap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듀오 볼빨간사춘기의 우지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새 미니앨범 '투 파이브'(Two Five) 발표회에서 타이틀곡 '워커홀릭'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9.9.10 scape@yna.co.kr

20대, 자신의 목소리로 청춘을 읊은 노래들은 꽤 있다.

아이유는 우리 나이로 25살에 낸 '팔레트'에서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고 얘기했다. 스무살이던 권진아도 '스물'에서 '두려운 내일로 가득해'라고 고백했다.

'음원 절대 강자'인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안지영 24·우지윤 23)가 20대 한복판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10일 발매된 미니앨범 '투 파이브'(Two Five)에서다.

이날 오후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새앨범 쇼케이스가 열렸다.

그중 수록곡 '25'는 우리 나이 25살의 안지영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곡이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의 나 25', '세상의 반만 알아가 남몰래 한 사랑도 이별도, 그래 조금씩 배워가'란 가사가 눈에 들어온다.

"완전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은 대학을 갓 졸업해 취업을 준비하고, 저도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니 알 수 없는 나이 같았죠. 세상을 반만 알아도 괜찮다고,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빛이 나는 순간일 거란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저도 위로를 받았죠."

직접 곡을 만들다 보니 자신들을 둘러싼 스토리가 내내 흐른다.

타이틀곡 '워커홀릭'은 세상과 부딪히는 정도가 남들보다 심한, 지친 워커홀릭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음악에 매달리며 치열하게 부대끼는 볼빨간사춘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안지영은 "이번엔 과부하가 많이 왔다"며 "집에서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거울 앞에서 절 보니 얼굴이 초췌하고 푸석푸석하더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이걸 곡으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느낌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머리 아픈 일들만 가득해/ 난 지금 과부하가 왔음',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왜/ 때려치웠어야 했는데'('워커홀릭' 중)

이들은 새 앨범에서 음악과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사랑스러운 어쿠스틱 팝에서 탈피해 록 사운드, 힙합 스타일 트랙 등 해보고 싶던 시도를 녹였다.

발맞춰 앨범 제목인 '투, 파이브'도 '두 번째 장, 다섯 가지 이야기'란 뜻이다.

패션 등 이미지도 의외다. 요즘 유행하는 체크무늬의 품이 큰 재킷으로 "도시 미(美)"를 입었다. 내내 금발이던 안지영은 민트색 염색도 했다. '워커홀릭' 뮤직비디오에서도 북적이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등장했다.

우지윤은 "귀여운 이미지보다 좀 더 세련되고 도시 미가 묻어나는 의상을 입어봤다. 오피스 룩"이라고 웃었다.

변화를 꾀한 이유로는 "심경 변화라기보다는,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배경에 음악 스타일의 '자기 복제'란 일부 지적을 고려한 것인지 묻자 "이젠 말할 수 있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자기 복제란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곡을 직접 쓰니 색이 비슷한 것은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사실이죠. 그래도 사랑을 받는 것은 아직 그 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죠."(안지영)

그는 이어 "새로운 시도는 자기복제란 말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맞춰 곡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음악성을 보여줄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안지영의 뚜렷한 음색 덕에 그간의 디스코그래피를 잇는 통일성이 있다.

우지윤은 "우리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제 목소리가 흔하고 매력 없다고 여겼죠. 우리가 쓴 노래에 맞춰 예쁘게 소리를 냈고, 사랑받으니 좋은 목소리라 여겨졌어요. 많은 분이 청량하다고, 감성적인 노래에선 '따뜻하다, 포근하다'란 느낌을 갖는 것 같아요."

이런 장점 덕인지 볼빨간사춘기는 신보를 냈다 하면 차트 파괴력을 보인다. 주류와 인디의 강점을 모두 취했다는 평도 있다. 둘은 그 이유로 노래의 공감과 이미지의 친근함을 꼽았다.

안지영은 "내가 기쁘거나 힘들 때 '이런 노래를 듣고 싶다'란 생각에 곡을 쓰게 됐다"며 "드라마와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내 인생에서 한 번쯤 있을 법한 이야기가 녹여져 많은 분이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 같다. 아이돌스럽지 않은 친근한 외모와 말투도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인기에 힘입어 이들은 처음으로 전국투어에도 나선다.

신곡이 차트 1위를 한다면 직장인들이 다수인 여의도에서 게릴라 공연을 열 계획이다.

가장 큰 바람은 자신들의 음악이 누군가의 청춘 한 페이지에 담기는 것이다.

"지금의 청춘에 우리 노래가 어우러져, 훗날 청춘을 기억할 때 볼빨간사춘기가 한 부분을 차지했으면 좋겠어요."(안지영)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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