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태풍 '링링'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가슴 아픈 농심이 가득하다. 쓰러진 벼를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사과, 배 등의 낙과 피해가 막심해 농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정부 지원대책이 나왔고, 각 시·군에서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올 추석은 어느 때보다도 가족을 넘어 이웃 간에 화기애애한 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명절 대목 출하를 앞두고 실의에 빠져 있는 농가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는 행보가 잇따르고 있어 다행이다. 농협 조직을 활용하거나 도농지자체 간 직거래 장터 방식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기록적인 강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은 자매도시인 충북 과산군 등의 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직거래 장터 등 특별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 역시 낙과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는 직거래장터나 농사랑 등과 연계해 특판 행사를 열고 있다.

명절 때만 되면 고을마다 고향을 찾는 친지들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붙는다. 여러 시·군에서도 고향에서 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해외로 나가지 말고 국내 농어촌에서 알차게 보낼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올해는 고향을 찾아온 자녀들이 태풍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야 하는 처지다. 일손도 돕고, 농촌의 따스한 정감에다 깨끗한 환경, 생명의 가치를 몸소 얻을 수 있다. 지역 명소도 관광하고 지역 특산물을 팔아 줄 수도 있다. 지역에 사람이 몰리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이 아쉽다. 흩어졌던 가족 및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나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조상에겐 음덕을, 자연에게는 추수의 감사를 함께 기리는 추석 명절의 의미가 크다. 오랜 시간의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것은, 혈육이라는 인연의 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거기에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죽이는 정치보다는 상생·화합·통합의 정치, 모두를 살리는 정치가 그립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풍요로운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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