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승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통합조사관리1팀장

요즘 식품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주말농장을 찾거나 자신만의 작은 텃밭에서 간단한 채소를 재배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는 이들을 '도시농부'라고 부른다.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초록빛을 보고 가꾼다는 점에서 힐링을 위한 여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청주에도 주말농장을 33㎡ 정도 분양받아 텃밭을 일구는 가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사를 경험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농사에 농(農) 자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텃밭에 상추, 가지, 토마토, 고추 등을 심고 열심히 가꿔 친환경 채소를 식탁에 올려 가족에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한다. 채소 모종을 심고 주말마다 밭에 나가 물 주기와 제초작업 등 작물 커가는 재미를 느끼고 상추나 고추를 수확해 식탁에 올리며 뿌듯해하는 가정이 있는 반면에 직장 또는 개인 사정으로 몇 주일 만에 밭에 나가면 심어놓은 작물은 보이지 않고 잡초만 무성해 풀밭인지 농장인지 구분되지 않고 풀 뽑기가 너무 힘들어 자꾸만 꾀가 나 밭에 오는 것이 싫어져 포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옛말에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농사란 남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막상 경작해 보면 언제 파종을 하고 어느 시기에 김을 매주며 언제 소독을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기에 무작정 밭에 가서 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농사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알맞은 시기에 퇴비를 시비하고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 적정한 시기에 잡초를 제거해 주고 주기적으로 소독을 해야만 풍성한 결실을 볼 수 있다.

나도 직장에 다니며 청주 인근에 1650㎡ 밭을 경작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어깨너머로 배운 얕은 농사 경험은 있으나 막상 고향을 떠나 홀로 농사를 짓기란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편하게 농사를 지으려면 두릅나무를 심으라고 조언하기에 무작정 심었으나 그해 비가 많이 오고 배수가 되지 않아 모두 죽고 풀만 무성한 밭이 됐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다음 해에는 매실, 자두, 대추 등 유실수를 심고 나머지는 옥수수와 김장 채소를 파종하고 제초작업과 친환경 농자재로 적기 소독해 얻은 농산물을 형제 및 이웃들과 나눔으로 해결하고 있다.

트랙터 로터리, 멀칭비닐, 종자대, 농약대 등 투자금 대비 수확량을 소득으로 환산하면 남는 게 없으며, 내가 투자한 노동력을 환산하면 한참 적자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적자지만 내가 땀 흘려 가꿔 얻은 수확물을 가족, 형제, 이웃들과 나눌 때 "고맙고, 감사하다"라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 땀 흘리고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정성 들여 가꾸며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녹아드는 정서적 힐링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되는 한 힘은 들지만 주말농장에서 땀 흘리고 힐링하며 건강한 생활을 계속 영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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